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카드 매각을 추진한다. 합작사 GE캐피탈의 지분 매각과 더불어 아예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자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는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업체에 사업을 넘기고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과 협업 모델을 내놓는 게 수익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FinTech)를 비롯한 다양한 결제 방식이 출현해 수익성이 점차 줄어가고 있는 카드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한 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SG페이’를 출시한 신세계그룹과 대만 최대 금융사인 푸본그룹이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지만 제3의 인수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카드 왜 파나

 

▲현대카드 로고.

 

현대카드는 여타 경쟁사와 달리 VVIP, 자동차금융 등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왔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은행이나 다른 카드 업체와 달리 현대⋅기아차 ‘오토 세이브’ 상품 등을 출시해 손님을 끌었다. 지난 2001년 후발주자로 카드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대M카드’, ‘기아M카드’를 출시해 업계 2위로 금새 올라섰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으니 우량고객 중심 서비스를 내놓을 수도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이 문화마케팅을 내놓으면서 더욱 승승장구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3년에는 ‘챕터2’ 전략을 선보였다. 카드 서비스를 ‘포인트’, ‘캐시백’으로 단순화하고  카드 숫자도 줄였다. 

 

현대카드 실적은 당시 잠깐 반등했다가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다양한 할인제도로 어필하는 경쟁업체에 고객을 빼앗겼다. 가입자 수는 2년 전 1000만명 수준에서 현재는 700만명까지 약 30%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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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최근 실적. /현대카드 IR자료 제공

 

한국 자동차 시장 구조가 바뀐 것도 현대카드에는 악재다. 수입차 판매 강세로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60%대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18년만에 무이자할부 행사를 도입했다. 캐피탈사 외에 카드사가 끼어들 여지가 줄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가 복합할부 수수료율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카드사들이 직접 할부금융을 취급하게 된 것도 현대카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복합할부금융은 신용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연계해 자동차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 계약을 해 왔던 업계 1위 삼성카드도 6년만에 캐피탈사와 연계하지 않은 자체 복합할부 상품을 출시했다.

 

무엇보다 현대카드가 매물로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핀테크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진출을 선언한 ‘코리아페이’,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가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페이팔은 이베이를 통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G마켓, 옥션 등이 이베이 자회사다. 

 

모바일, 온라인에서 카드보다 결제가 편리한 휴대폰 간편결제 한도가 증액되는 등 빗장이 풀리고 있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LG페이(가칭)와 연계도 장기적으로는 독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이 삼성전자에 수수료를 따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삼성페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간편결제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특정 플랫폼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는 게 카드사 입장에서는 약한 고리다. 

 

하지만 아직은 비금융사보다는 카드사가 유리한 입지를 점유하고 있다. 자체 대금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카카오페이처럼 정산 노하우가 없는 비금융사는 기존 금융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 중 핀테크에 진출한 업체가 없어 시너지를 내기도 어렵고 아직 몸값이 높은 현대카드를 매각하고 자동차금융은 현대캐피탈에 집중시킨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필요한 핀테크 업체들

 

현대자동차그룹은 GE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43%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지분(43.3%)만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카드지분(43%)은 포기해 매각 구상을 구체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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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지분구조. /현대카드 제공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신세계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현대카드와 ‘e이마트카드’를 내놓는 등 관계가 좋다. 신세계아이앤씨는 ‘SSG페이’를 출시하면서 금융업과 연계도 절실하다. 

 

비금융 간편결제 업체들은 대부분 금융 플랫폼을 갖추지 않고 있어 아직은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페이가 LGCNS와 제휴한 것도 금융 플랫폼을 직접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사와 제휴로 핀테크를 서비스하면 핀테크로 확보하려는 고객의 소비 정보나 결제 정보를 취득하기 힘들고 복합 금융 상품도 내놓기 어렵다. 금융사를 직접 거느리면서 핀테크 시장 동향에 따라 빠르게 포지션을 바꿔줘야 한다.

 

현대카드는 자체적으로 신용⋅체크카드를 혼용할 수 있는 ‘듀얼 스마트카드’ 등으로 과도기 전략을 펴는 등 빠른 대응 능력을 갖췄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활용할 여지가 많다.

 

대만 푸본그룹이 현대카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제휴관계를 맺어온데다 현대카드의 중국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 유니온페이(UnionPay)와 제휴한 글로벌 카드를 출시했다.

 

푸본그룹은 중국 내 금융사업권을 가지고 있어 현대카드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중국에서 활용하기 위한 좋은 창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여러군데 현대카드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아직 답을 받은 곳은 없는 곳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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