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화웨이가 공개한 스마트폰 ‘P20’은 말 그대로 플래그십 제품이라 할 만하다.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한 줌 기능 카메라에,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생산한 최신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70’이 탑재됐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8.1(오레오)을 지원한다. 


P20은 애플이 ‘아이폰X’에서 처음 선보인 ‘노치(notch)’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는데, 다만 그 형태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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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P20. 기기 하단에 8~9mm 안팎의 배젤이 존재한다. /사진=화웨이

 

 

제로 베젤 Vs 내로우 베젤



외견상 P2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스플레이 형태다. 화웨이 스마트폰으로는 처음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다. 기기 상단 양쪽 끝 귀퉁이까지 화면으로 덮었다. 아이폰X와 달리 안면인식 모듈이 없기 때문에 노치 부분이 더 협소하다. 그만큼 화면에 할애되는 부분이 크다. 일부 센서 부분과 스피커 공간을 제외하면 모두 화면으로 채웠다. 


아쉬운 점은 기기 하단이다. 아이폰X가 기기 가장 아래부분까지 화면으로 덮은 ‘제로(0) 베젤’을 구현했다면, P20에는 8~9mm 안팎의 베젤이 자리잡고 있다. 베젤 중앙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달린 물리 홈버튼도 건재하다. 


이는 화웨이가 최근 홈버튼 제거를 위해 다양한 대체 기술을 테스트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화웨이는 퀄컴⋅오필름이 제안한 ‘인(in)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검증을 사실상 완료했다. 언제라도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상태다. 아직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했지만 애플 ‘트루뎁스’와 유사한 3차원(D) 안면인식 기술 역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P20이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홈버튼을 없애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웨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홈버튼 없애도 D-IC 공간 여전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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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 본딩에 따른 베젤 타입. 가장 왼쪽이 화웨이 P20의 본딩 및 베젤 방식이다. 애플은 COF와 COP를 혼합한 방식, 삼성전자는 오른쪽 COP 기술을 적용했다. /자료=IHS마킷




이는 기판이 딱딱한 LCD 기술로는 하단 베젤을 줄이는 것은 가능해도, 완전히 없애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분기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LG전자의 신제품 스마트폰 역시 ‘노치 LCD’가 탑재되는데, 제로 베젤 보다는 내로우 베젤에 가깝다.


디스플레이는 화면과 터치 기능 구현을 위한 반도체, 즉 드라이버 IC(D-IC)가 필수적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 P20 기기 하단은 이 D-IC 본딩(접합)을 위해 어차피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다. D-IC 본딩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굳이 홈 버튼을 없애기 위해 신 기술까지 도입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화웨이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X의 제로 베젤 구현을 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 끝을 기기 뒤편으로 접어 넣었다. 그리고 이 공간에 D-IC를 본딩했다. 이는 애플이 적용한 OLED가 화면이 유연한 플렉서블 OLED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화웨이로서는 LCD 유리기판을 뒤로 접어 넣지 않는 한 제로 베젤은 불가능하다. 내로우 베젤만 가능하다.


아이폰x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제로 베젤이 구현된 아이폰X. /사진=애플



유연 기판인 ‘투 메탈 COF’를 이용해 D-IC를 붙인다고 해도 플렉서블 OLED 수준의 제로 베젤은 불가능하다. LCD 유리 기판 끝에 투 메탈 COF를 붙이는 공간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LCD 빛샘 현상도 원인



LCD 특유의 빛샘(Light leakage) 현상 때문에 베젤 공간을 여유롭게 띄었을 수도 있다. LCD는 화면 뒷편에 광원에 속하는 백라이트유닛(BLU)을 탑재한다. BLU 하단에는 실제 빛을 내는 LED 모듈이 장착된다. 


BLU는 도광판을 이용해 화면 전면으로 빛이 고르게 퍼지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광 설계가 잘못되면 LED에 가까운 하단이 유난히 밝고, LED 패키지가 점광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단 베젤 공간이 넓을 때는 이 부분이 가려지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베젤 폭이 좁아지면 실제 육안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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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샘 현상이 발생한 LCD 모니터. 베젤을 좁게 설계할수록 빛샘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기글



허무열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내로우 베젤을 구현하려면 LED 패키지와 도광판 디자인 역시 추가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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