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구축 중인 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장 ‘A5’ 장비 반입 일정이 최소 6개월 이상 연기될 전망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X’용 OLED 주문량을 크게 줄이면서 기존 A3 공장의 판로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3 생산물량의 새 판로를 확보하지 않는 한, A5 신규 투자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A5 공장 장비 반입, 잠정 6개월 연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당초 삼성디스플레이가 A5 라인 신규 투자를 위한 장비 반입으로 잡은 시점은 올해 10월이다. 우선 올해 6세대(1500mm X 1850mm) 월 3만장 규모로 투자한 뒤 내년에도 추가로 라인을 구축한다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애플의 아이폰용 OLED 물량의 대부분을 공급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투자 방안이다. 애플이 내년에 아이폰 전체를 OLED 디스플레이로 출시한다면 연간 2억2000만개의 중소형 OLED 수요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출시한 ‘아이폰X’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장 올해 아이폰X 차기작이 얼마나 팔리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는데다 내년에 애플이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100% OLED로 교체할지도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올해 LCD 아이폰을 3000만~4000만개 정도 생산할 것으로 계획했다가 최근에는 그 양을 두 배로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LCD 아이폰이 잘 팔리면 내년에도 라인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애플이 내년에 아이폰 3개 모델 전체를 OLED로 교체하지 않고 1개 모델을 LCD로 출시할 경우, OLED 수요는 기존 추정치의 3분의 2로 줄어든다. 연간 OLED 디스플레이 수요 전망치가 2억2000만개에서 1억4000만개로 감소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A5 공장 신설 부지. /네이버 지도 캡처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6세대 OLED 라인은 애플 전용 라인이 7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향(向)이 4개다. 애플 전용라인 7개에서 매달 1750만개(수율 60% 가정)의 5.8인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정도 생산량이면 연간 1억4000만개의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출시 전 8000만개의 재고를 쌓는다고 가정하면, 4~5개월 선행 생산으로 물량을 충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3는 물론 리지드 OLED를 생산하는 A1~2 역시 가동률이 극도로 떨어져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투자 얘기를 꺼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말에 반입할 수 있을까...정확한 기약 없어



삼성디스플레이가 A5 라인의 장비 반입 시기를 6개월 정도 늦추면서 올해 국내 패널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신규 투자가 사실상 실종됐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당초 4월 입고 예정이던 파주  P10 공장 내 E6-3 라인의 장비 반입을 잠정 연기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 ‘잠정 연기’라는 명목을 붙였지만, 언제 새 공장에 장비를 반입하게 될 지 기약이 없다. 납기가 1년 안팎인 유기물 증착장비(EV)와 각종 레이저 장비들은 발주를 취소할 경우 배상금을 크게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우선 반입 일정을 뒤로 미뤄 놓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우선 중국에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라인 가동률이 떨어지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패널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중 비보(Vivo)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물량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구미 E5 라인과 E6-1의 가동률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반입 일정도 무한정 연기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 삼성⋅LG디스플레이는 신규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OLED 생산능력 전망치. /IHS마킷 제공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OLED 아이폰 가격을 인하해 수요를 진작하기 전까지는 중소형 OLED 시장의 수급이 풀리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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