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년만에 그룹명에서 중공업 빼고 기술 중심 그룹 전환 가속화

▲HD현대 CI.
▲HD현대 CI.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그룹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한다. 1972년 그룹 모태가 된 현대중공업 설립 후 지난 반세기 동안 그룹 전체를 상징하던 ‘중공업’이라는 명칭은 조선 부문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에만 남는다. 중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발굴하는 투자 전문 지주사로서 역할을 선명히 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오는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 변경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새 사명 HD현대에 대해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8년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를 출범시켰다. 산하에 조선(한국조선해양), 에너지(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현대제뉴인) 등 3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로봇(현대로보틱스),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 선박서비스(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을 거느린 구조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이번 사명 변경은 단순 제조업을 넘어 첨단 기술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그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실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중후장대 기업에서 기술 중심 ‘최첨단 기술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50년만의 사명 변경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 투자 행보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에너지 부문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조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돼 투자 여력도 늘어났다.

근래 현대중공업지주는 신사업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투자도 진행해왔다.

지난 2020년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같은 해 3월 한국투자공사(KIC)와 1조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선도적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고, 미래에셋그룹과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는 약 2514억원을 들여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주식 290만주(4.1%)를 매입했다. 인수 지분은 범현대가 기업인 KCC가 보유한 191만 주(2.7%)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갖고 있는 99만 주(1.4%)다.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지주의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35.05%로 늘었다. 회사 측은 “자회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및 책임경영 강화가 매입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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