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내년까지 전세계에 걸쳐 반도체 신규 팹(공장) 29곳이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설 팹의 절반 이상은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무려 16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도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이 발간한 ‘팹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 컴퓨팅, 헬스케어, 온라인 서비스, 차량용 반도체 등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19개의 신규 팹이 착공되며 내년에는 10개의 팹이 추가로 공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아짓 마노차 SEMI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신설될 29개 팹의 장비 투자액은 향후 수 년간 1400억달러(약 16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팹의 생산력 확대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5G~6G 통신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착공되는 29개의 팹 중 15개는 파운드리 팹이며 200㎜ 웨이퍼 기준 월간 생산량은 웨이퍼 3만~22만장 수준이다. 메모리 팹은 4개가 건설될 예정이며 200㎜ 웨이퍼 기준 월간 생산량은 10만~40만장 정도다. 지역별로는 내년까지 중국과 대만에 각각 8개, 북미 6개, 유럽 및 중동 3개, 일본과 한국에 각각 2개의 팹이 착공될 예정이다.

300㎜ 웨이퍼를 생산하는 팹은 올해 15곳, 내년에는 7곳이 공사에 들어간다. 나머지 7개의 팹은 100㎜, 150㎜, 200㎜ 웨이퍼를 각각 생산하는 팹이다. 내년까지 착공에 들어가는 팹의 전체 생산량은 200㎜ 웨이퍼 기준 월간 260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반도체 공장의 경우 착공 후 반도체 장비 설치까지는 2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착공을 시작하는 팹 중 대다수는 오는 2023년까지 반도체 장비 도입이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표를 보면 올 들어 이미 반도체 투자 러시는 시작됐다. SEMI에 따르면 북미에 소재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지난달 전 세계 주문액 총합은 35억8840만달러(약 4조77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53.1%나 급했으며, 직전월인 4월보다는 4.7% 늘었다. 이미 지난 1월 전년 동월보다 29.8% 증가한 30억3820만달러로 최고 기록을 달성한 바 있고, 이후에도 △2월 31억4310만달러 △3월 32억7390만달러 △4월 34억2890만달러 △5월 35억8840만달러 등으로 올 들어 5개월째 30억달러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분기만 놓고 보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액 총합은 23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직전 분기 대비 21% 증가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73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중국(59억6000만달러), 대만(57억1000만달러) 순이다. 마노차 SEMI CEO는 “반도체 업계에서 단기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조취를 취하면서 계속해서 투자액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파운드리 시장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싱가포르 공장 신설을 발표하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CN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SEDB) 등과 함께 싱가포르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면서 기존 고객의 투자를 포함해 40억달러 이상이 새 공장 설립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3년 완공이 목표다. 싱가포르 공장은 12인치 웨이퍼(300㎜)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번 증설을 통해 글로벌파운드리의 해당 제품 연간 생산 능력은 기존 72만장에서 117만장으로 45만장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또 싱가포르 외에도 독일과 미국 소재 공장에도 각각 1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