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한국해양대, KT 등과 지난 16일 성공적 시연회 개최
현대중공업이 국내 처음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육지의 자율주행차가 이미 등장했다면 바다위의 자율운항 배 시대를 연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는 지난 16일 경상북도 포항운하 일원에서 열린 ‘선박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율운항의 관제는 포항운하에서 300㎞ 떨어진 경기도 과천 KT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이뤄졌다. 5세대(5G)의 초저지연 성능을 십분 활용했다.
총 연장 10km의 포항운하는 수로의 평균 폭이 10m로 좁은데다, 내·외항에 선박이 밀집돼 복잡하고 까다로운 운항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아비커스 주도로 열린 이날 시연회에는 카이스트와 한국해양대, KT 등이 공동 참여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12월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의 고도화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그룹 사내 벤처 1호로 출범한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다.
아비커스는 이번 시연회에서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하이나스(HiNAS)’와 선박 이·접안 지원 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출항부터 운항, 귀항, 그리고 접안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자율운항을 선보였다.
아비커스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레이저 기반의 센서와 특수 카메라 등 첨단 항해보조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해 선원 없이도 해상 날씨와 해류, 어선 출몰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비커스는 이번 시연회 성공을 계기로 자율운항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여객선과 화물선 등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국내 선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에 나서는 한편,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레저보트 상용화에 나선다.
특히 이날 시연에서는 KT의 5G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KT는 포항운하에서 300㎞ 떨어진 경기도 과천 KT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면서 필요할 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제센터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고화질 영상과 센서 정보를 포항 현장의 차량에서 보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볼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자율운항 중인 선박의 360도 어라운드 영상 실시간 감시 △해양 5G 사물인터넷(IoT) 라우터와 연계한 원격 운전제어 △선박 내 라이다와 레이더 정보 확인 등이 관제센터와 포항운하 인근에 배치된 이동형 관제 차량에서 동시에 원격으로 이뤄졌다.
양사는 이번 시연을 시작으로 향후 무인 자율운항 선박 기술 대중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KT가 서비스 중인 LTE 기반 해양 IoT 서비스, 해양 안전 서비스와 연계한 이·접안 데이터, 환경 데이터(날씨·해무 등)를 활용한 신규 선박 관제와 자율운항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미래 해상 모빌리티의 종착점이라 여겨지는 자율운항 선박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오는 2028년이면 235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