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키로

지난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제공=청와대
▲지난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제공=청와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모두 5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정부도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비의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세계 최대 ‘반도체밸리’를 구축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수립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민관이 총력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 참석해 반도체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정부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면서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관이 힘을 모은 ‘K-반도체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고를 넘어설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총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최고가 돼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의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510조원, 매머드급 투자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153곳은 올해 41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단일 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한다. 2019년 내놓은 투자계획(133조 원)보다 38조원 늘어난 규모다.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추격전에 한층 속도를 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세계 최대 생산 공장으로 조성 중인 평택 3라인(P3)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25개 크기로 조성되는 P3를 내년 하반기(7∼12월)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약 6개월 앞당긴 것이다. 이 공장에서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초미세 5nm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이날 “2015년 평택단지 기공부터 2030년까지 창출될 생산유발 효과는 550조원 이상, 고용유발 효과는 130만명 이상이 될 것”이리며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오는 2030년까지 이천·청주 반도체 생산 라인에 1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기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설 또는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해 현재 두 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의지를 밝혔다.

◆정부도 전방위 지원책 나서

정부도 세금 감면, 대출 혜택 확대, 인력 양성 등 제반 지원책을 마련했다.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은 30∼40%, 중소기업은 40∼50% 세액공제를 해준다. 이는 가장 공제율이 높은 신성장·원천기술보다 10%포인트 높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일례로 반도체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 최대 500억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반도체 관련 시설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면 최대 200억 원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세제혜택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오는 2024년까지 투자금액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국내 산업기반이 취약한 8인치 파운드리 증설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1조원 이상 마련한다. 기업들이 설비에 투자할 때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줘 투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벨트 조성

정부는 또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국내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 판교·화성·평택과 충남 천안을 잇는 중심축에 북동쪽으로 경기 이천·용인, 남동쪽으로는 충북 청주로 이어지는 ‘K’자 형태의 초대형 반도체 공급단지를 만들어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벨트에는 1386만m²의 단지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약 208개 기업이 들어선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시설 인근에는 국내외 소·부·장 기업 50여 곳이 들어서는 특화단지가 생긴다.

화성, 용인, 천안에는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 분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 이 분야 선두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은 오는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EUV 캠퍼스를 조성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약 300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에 대해서는 과거 특정 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로 정부가 나서지 않았던 인프라 지원도 이뤄진다. 반도체단지 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 평택 등에서 10년치 용수 물량을 확보한다. 소·부·장 특화단지의 송전선로 설치비용 50%를 정부와 한전이 절반씩 부담한다.

◆반도체 특별법도 제정

정부는 반도체 육성 전략을 강력히 실행하기 위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이 마련되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특례를 두고 인력 양성, 기반시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내 학과 정원 조정과 계약학과 신설로 10년간 반도체 인력 3만6000명을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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