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총수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첫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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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셀트리온·네이버·넥슨·넷마블 등 인터넷·바이오 대기업의 재계 순위가 껑충 뛰어오르면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총수 지정 논란이 일었던 쿠팡은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지만,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인 탓에 쿠팡의 동일인(총수)에서는 빠졌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동일인으로 처음 지정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지난 29일 발표했다. 기준 시점은 이달 1일이다. 이번에 편입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71곳은 지난해보다 일곱 개 늘어난 수치다. 관심을 모았던 쿠팡 외에도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 중앙 등 7개 기업집단이 새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수는 40개(소속회사 1742개)로 1년 전보다 6개 늘었다. 셀트리온(14조9000억원)과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가 새로 지정된 반면, 대우건설은 매출채권·선급비용 감소 등으로 자산이 줄어 상호출자제한 대상에서 빠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순위에 변화를 불러온 결과다. 카카오의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8위로 다섯 계단 상승했다. 공정위가 계산한 카카오의 공정자산총액은 올해 19조9520억원이었다. 지난해(14조2430억원)보다 5조원 이상 불어났다. 셀트리온(지난해 45위→올해 24위)과 네이버(41위→27위)는 처음으로 재계 순위 30위 안으로 진입했다. 셀트리온의 공정자산총액은 6조원, 네이버는 4조원 이상 증가했다. 넥슨(42위→34위)과 넷마블(47→36위)도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며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됐다. 호반건설·SM·DB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그룹 총수인 동일인으로 처음 지정했다. 이로써 재계 5대 그룹의 총수가 전부 창업주의 자녀나 손자들로 바뀌었다.

지난달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관심을 모았던 쿠팡은 자산총액 5조7750억원으로 재계 순위 60위에 올랐다. 다만 공정위는 총수 지정 논란이 일었던 쿠팡의 동일인으로 법인(쿠팡)을 지정했다. S-오일이나 한국GM처럼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법인으로 봤다. 공정위는 민영화한 공기업(포스코·KT 등)이나 외국 기업의 국내 법인에는 개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쿠팡 본사는 미국에 위치한 쿠팡Inc이지만 국내 법인인 쿠팡주식회사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계열사들을 100%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여서 사익편취 등의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하에 미국 기업인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할 경우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논쟁이 지속돼 왔다.

현재 김 의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본사를 통해 한국 쿠팡과 계열사를 지배한다. 김 의장은 미국 쿠팡의 지분 10.2%와 의결권 76.7%를 갖고 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개인은 배우자나 가까운 친인척과의 거래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도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형사 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생겨도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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