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프로토콜로는 고용량 데이터 전송 및 자율주행 구현 불가능
한계 부딪힌 이더넷… 인포테인먼트에는 SerDes와 HDBaseT 경합

고성능 인포테인먼트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확산에 힘입어 자동차 내 통신 기술도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차세대 통신 기술로는 ▲이더넷(Ethernet) ▲병렬-직렬 송신회로(SerDes) ▲MIPI 얼라이언스가 ‘A-PHY’ 규격으로 채택한 에이치디베이스티(HDBaseT) 등이 꼽힌다.

KIPOST가 세 가지 기술을 비교·분석해봤다.

 

자동차 내 통신 기술, 왜 바뀌어야 하나

현재 쓰이고 있는 자동차 내 통신 기술은 린(LIN), 캔(CAN), 플렉스레이(Flexray), 미디어 전용 통신(MOST) 등 4가지다.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건 CAN과 LIN이다. 

플렉스레이·MOST는 값비싼 광섬유를 쓰기 때문에 제한된 영역에만 활용된다.

 

기존 차량 내 통신 프로토콜의 사양. Soft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으로 동작하지 않아도 안전에 큰 위험이 없는 시스템을 말하고 Hard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 동작을 엄격히 준수해야하는 시스템을 말한다./르네사스, KIPOST 정리
기존 차량 내 통신 프로토콜의 사양. Soft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으로 동작하지 않아도 안전에 큰 위험이 없는 시스템을 말하고 Hard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 동작을 엄격히 준수해야하는 시스템을 말한다./르네사스, KIPOST 정리

네 가지 통신 기술의 공통점이자 단점은 데이터 전송률이 낮다는 것이다. 

최신 자동차에는 최대 8대의 카메라가 들어가는데, 1대당 160~480Mbps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현재 가장 빠른 통신 기술인 MOST조차 초당 24Mb밖에 전송하지 못한다. CAN FD, MOST150 등 데이터 전송률을 높인 규격이 나왔지만 각각 데이터 전송률이 15Mbps, 150Mbps라 한계가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 후보로는 이더넷과 SerDes, HDBaseT가 꼽힌다. 

이더넷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멀티미디어 전송에는 한계가 있어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되기 시작한 SerDes는 이제 막 표준화 작업에 들어가 확산이 지체되고 있다. 신생 업체 발렌스의 HDBaseT는 MIPI얼라이언스의 차세대 차량용 센서 통신 규격으로 선정되고 레퍼런스도 곧 확보하면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 이더넷, 한계에 부딪히다

 

차량 내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아우디AG
차량 내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아우디AG

초기 차세대 자동차 통신 규격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올랐던 건 이더넷(Ethernet)이다. BMW 그룹이 실주행에 처음 적용했고, 현대·기아차도 시스코와 이더넷을 활용한 차세대 차량 내 네트워크를 개발, 내년 출시될 신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더넷은 상업·산업용으로 오랫동안 쓰여온 덕에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에 적용된 건 IEEE 802.3bw(100BASE-T1) 표준이 제정된 이후로, 표준 작업에는 자동차 업체와 주요 반도체 업체가 참여했다.

차량용 이더넷은 단일 비차폐 연선 케이블(UTP)만 있으면 15m 이상의 거리에서 10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양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각 부품이 스위치를 통해 점대점(Point-to-Point)으로 연결돼 네트워크 효율성이 높다.

단일 UTP 케이블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을 받지만 전자 부품의 양이 늘어나고 전자파 간섭(EMI) 및 전자기파적합성(EMC) 기준이 높아지면서 옛말이 됐다. 안전(Safety)과 관련된 부품에서는 UTP 케이블의 차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케이블 비용의 30%가 차폐에 쓰이는 실정이다.

 

현재 차량 내에는 각 부품에 따라 서로 다른 통신 규격이 적용된다. 그만큼 복잡성도 커지고 있다./텍트로닉스

스위치 기반 점대점 네트워크인 탓에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의 개발 복잡성도 증가한다. 이전에는 버스가 여러 전자장치로부터 신호를 모아 데이터의 우선순위를 정해 뿌려줘서 필요한 영역을 따로 설계해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더넷은 각 장치의 IP 주소를 할당·관리해줘야하고 결국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설계를 해야한다.

실제 현대차 등 완성차(OEM) 업계는 이더넷 시스템에 여러 모드를 도입해 자동차 동작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IP 주소를 빠르게 할당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최대 1Gbps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상용화된 솔루션으로는 전송 속도를 100Mbps까지 내지 못한다.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고해상도 영상을 압축하고 이를 다시 해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처리할 고성능 프로세서를 넣으면 부품비용(BoM)과 전력소모량은 올라가고 지연시간도 길 수밖에 없다. 

실제 4대의 카메라가 달린 서라운드뷰모니터링시스템(SVM)을 이더넷으로 처리하는데는 1~10㎳의 지연시간이 걸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뢰성·안정성 측면에서는 이더넷만한 솔루션이 없지만, 개발 복잡성과 비용 증가의 문제로 OEM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인포테인먼트 쪽은 아예 다른 차세대 통신 규격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인포테인먼트 잠식하기 시작한 SerDes, 표준화 시작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연결용으로 이더넷 대신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 SerDes다.

SerDes는 고속 비디오 전송 기술에서 출발했으며 맥심인터그레이티드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밀고 있다. 빠른 속도와 편의성을 갖췄고 신호 무결성도 검증할 수 있어 차량 카메라, 디스플레이에 적용되고 있다.

 

맥심의 멀티미디어 시리얼 링크(GMSL) SerDes./맥심
맥심의 멀티미디어 시리얼 링크(GMSL) SerDes./맥심

맥심의 멀티미디어 시리얼 링크(GMSL) SerDes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5단계 플랫폼 ‘드라이브 페가수스(DRIVE Pegasus)’와 자율주행 4단계 플랫폼 ‘드라이브 자비에(DRIVE Xavier)’에 적용됐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 오토모티브 플랫폼에도 통합됐다.

GMSL SerDes는 15m 길이의 동축 케이블이나 10~15m의 STP(Shielded Twist Pair) 케이블을 통해 3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고화질(HD) 비디오, 오디오, 제어 정보, 센서 데이터, 기가비트 이더넷을 압축 없이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차세대 GMSL SerDes는 6Gbps 속도를 자랑하며, 2포트로 최대 12Gbps 전송속도를 구현한다.

SerDes는 이더넷과 달리 비대칭 링크라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에서 디스플레이에 데이터를 내보낼 때는 빠른 전송 속도가 필요하지만 반대로 디스플레이에서는 카메라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내지 않는다. 이더넷은 두 링크의 속도가 같아 전력이 더 소모된다.

여기에 장치들 사이에 하나의 마이크로제어장치(MCU)만 있으면 연결된 모든 장치를 프로그래밍 및 제어할 수 있다. 이 MCU에서 아이패턴(Eye-pattern) 형성 등 진단 기능을 제공, 신호 무결성을 높였다.

문제는 SerDes의 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맥심은 STP 케이블이나 동축 케이블을 쓰지만 TI는 FPD 링크(FPD-Link Ⅲ)를 써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각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SerDes를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BMW·콘티넨탈·NXP반도체·브로드컴 등은 SerDes의 표준화 단체 ASA(Automotive SerDes Association)를 출범시켰다.

자동차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ASA에 현 SerDes 공급 업체인 맥심과 TI가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 기업들이 비대칭 링크를 해본 경험이 없어 표준화 작업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표준을 라이선스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erDes의 대항마, MIPI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선택한 HDBaseT

 

이스라엘 발렌스(Valens)는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지 10년이 채 안된 기업이지만 'HDBaseT' 기술을 개발, 메르세데스-벤츠의 채택을 받았다. 'HDBaseT' 기술 개요./발렌스
이스라엘 발렌스(Valens)는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지 10년이 채 안된 기업이지만 'HDBaseT' 기술을 개발, 메르세데스-벤츠의 채택을 받았다. 'HDBaseT' 기술 개요./발렌스

이제 막 표준화가 시작된 SerDes 진영을 위협하는 건 이스라엘 발렌스(Valens)가 만든 HDBaseT 기술이다. 

발렌스는 고사양 영상(AV) 전송 기술에서 출발한 업체다. 코엑스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도 발렌스의 ProAV 솔루션이 탑재됐다. 

이 업체는 지난 2011년 LG·삼성·소니픽처스와 함께 HDBaseT 표준을 만들었는데, 지난 2016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채택을 받았다. 이듬해 삼성전자·미디어텍 등으로부터 6000만달러(약 724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HDBaseT를 활용하면 가정에서 인터넷 연결을 위해 쓰는 랜선 하나만 있으면 여러 프로토콜이 적용된 다양한 장치에서 멀티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UTP와 STP 및 동축 케이블을 활용해 성능을 높일 수도 있다. 데이터 전송거리는 UTP 기준 15m다. 

SerDeS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압축 없이 전송하며, 풀듀플렉스(FD) 모드에서 최대 6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한다. 가장 큰 장점은 지연시간이 최소 7㎲ 정도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동작해야하는 응용처에 유용하다.

EMC를 무작정 막기보다는 EMC의 동작 특성을 파악해 이를 회피하는 알고리즘을 적용, 실시간으로 잡음을 줄일 수 있게 했다. 패킷 오류를 개발자가 테스트할 수 있고, 아이패턴 복원 기술도 담겨 신호 무결성 검증도 문제 없다. 전선의 이상 여부를 50㎝ 단위로 실시간 감시하는 기능도 담겼다.

이같은 장점으로 올 초 MIPI얼라이언스로부터 차량용 물리계층(A-PHY)으로 선정됐다. MIPI얼라이언스의 A-PHY가 담긴 3세대 HDBaseT 표준 작업은 올해 말 완료된다. 3세대 표준은 최대 48Gbps 속도를 지원하며 카메라의 데이터를 차량 내부로 전송하는 데 쓰인다. 이를 지원하는 칩셋이 나오는 건 내년 말이다.

벤츠에 납품할 발렌스의 HDBaseT 칩셋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하는데, 벤츠는 이 제품을 긴급전화(e-call)을 보내는 차량 통신장치(TSU) 등에 선적용할 계획이다. 

아직 양산이 되지 않아 신뢰성·안정성은 낮지만, 내년 출시되는 벤츠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라 레퍼런스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미 돼있고 라이선스 비용도 따로 들지 않아 SerDeS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윤양호 발렌스코리아 지사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내년 3세대 HDBaseT 칩셋 샘플이 나오는 만큼 한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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