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테인먼트 AP '엑시노스 오토 V9', 기술검증(POC) 요청 쇄도
안팎 시선도 우호적으로… 엔비디아와 모빌아이 사이 시장 겨냥

삼성전자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아우디에 이어 글로벌 1차 부품 협력사(Tier 1)들도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계륵’으로 여겨졌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효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엑시노스 오토 V9 프로세서’, 아우디 이어 현대·도요타 등과 공급 논의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모비스·도요타·LG전자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 프로세서’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CID(Center Information Display)와 디지털 계기판(Cluster)를 모두 제어한다. 앞서 아우디는 이 제품을 2021년 출시할 차량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AP로 낙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POC 요청을 한 게 아니라 부품 업계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며 “무엇보다도 성능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엑시노트 오토 V9 프로세서’ 사양./삼성전자, KIPOST 재구성
삼성전자 ‘엑시노트 오토 V9 프로세서’ 사양./삼성전자, KIPOST 재구성

8나노 핀펫(FinFET) 공정에서 생산되는 ‘엑시노스 오토 V9 프로세서’는 Arm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텍스(Cortex)-A76’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말리(Mali)-G76’은 3개가 들어가 계기판·CID·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을 각각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내장돼 운전자 음성·얼굴·동작 인식 등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운전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6개, 카메라는 최대 12개까지 쓸 수 있다. 실시간 운영체제(RTOS)인 QNX는 물론 범용 운영체제인 리눅스·안드로이드 등 여러 운영체제(OS)를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POC로 삼성 내부에선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라며 “AP 로드맵도 다 짜놓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겨냥하는 시장? 엔비디아와 모빌아이, 그 사이

 

삼성이 노리는 시장은 엔비디아와 모빌아이 사이에 있다./삼성전자
삼성이 노리는 시장은 엔비디아와 모빌아이 사이에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전장플랫폼사업팀은 이번 성과로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용 시스템온칩(SoC)으로 차세대 AP 로드맵을 짜놨다. 인포테인먼트용 AP 납품 실적을 기반으로 고부가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ADAS 시장은 전체 80%를 인텔의 자회사 모빌아이가 쥐고 있고, 자율주행 SoC는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다. 모빌아이와 엔비디아의 간극을 메울 업체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는 이 사이를 겨냥한다.

이번 ‘엑시노스 오토 V9 프로세서’도 인포테인먼트용으로 나왔지만 하드웨어(HW) 성능만 놓고 보면 ADAS에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와 ADAS 및 자율주행 사이의 가장 큰 차이인 안전 기준도 문제 없다. 이미 ‘V9 프로세서’는 차량용 시스템의 안전 기준인 ASIL(Automotive Safety Integrity Level) B등급을 준수한다. ADAS용으로는 ASIL D등급이 요구되는데 B등급 제품을 2개 넣으면 D등급으로 준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아이의 솔루션으로는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없고, 엔비디아 솔루션은 너무 고사양인데다 지나치게 비싸다”며 “삼성전자의 목표는 이 사이를 메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車 반도체, 계륵에서 효자될까

이번 성과로 ‘계륵’이었던 전장 사업팀이 효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에서 전장 산업팀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단가는 높지만 물량 자체가 모바일에 비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V9 프로세서의 단가(ASP)는 모바일 AP보다 많게는 4.5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생산량이 자동차 생산량보다 14배 정도 많고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얻을 수 있는 총 이익은 모바일이 훨씬 크다.

장기간 공급해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동차의 수명주기인 10년 내내 제품을 공급해야 해 해당 기간 생산라인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미리 제품을 만들어 재고로 쌓아놔야한다.

이같은 이유로 전장 부품 사업 진출을 검토하던 초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동차가 차세대 완성품(Set)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물량도 적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게 의미가 있겠냐는 의견이 대립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이미지센서(CIS)는 차량 대당 탑재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시장 전망이 괜찮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지만, AP는 아니었다”며 “AP는 워낙 기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전장플랫폼사업팀이 출범한 뒤 지난해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것도 ‘계륵’으로 여겨졌던 이유 중 하나다. 

제품 개발은 척척 진행됐지만 이더넷 등 인터페이스 기술과 다중 OS를 지원하는 하이퍼파이저(Hypervisor) 등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바일 업계는 반도체와 그 위에 올릴 임베디드 SW를 따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동차 업계는 하드웨어와 임베디드 SW를 통으로 요구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에 관련된 납품 실적(Reference)이 있어야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모바일 1위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느냐’는 마인드로 접근한 것도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못한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솔루션까지 기술을 확보하고 영업 마인드도 100% 바꾸면서 삼성 제품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전장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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