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가트너·매킨지 등 입모아… 비메모리는 AI·5G·자동차·엣지 등 수요

마리오 모랄레스 IDC 부사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KIPOST
마리오 모랄레스 IDC 부사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KIPOST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이면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던 메모리 업체들의 바람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움츠러든 반도체 시장을 다시 깨우는 건 비메모리다. 

 

메모리 수요 내년까지 주춤… 가격 뚝뚝

8일(현지 시각)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연 ‘스마트 마켓:SEMI 마켓 심포지엄(SMART Markets: SEMI Market Symposium)’에 모인 시장 조사 기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예상했다.

마리오 모랄레스(Mario Morales) IDC 부사장은 “2년 전, 심지어 지난해까지 급증했던 메모리 가격은 올해 들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클라우드 업체들이 재고 소진에 나서는 한편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인한 모바일 수요도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어 내년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인다 쳐도 전체 생산능력(Capacity), 그리고 수요는 정해져있다. 지난 2년간 수요를 이끌어온 클라우드 업체들의 주문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요가 생산능력에 한참 못미친다. 생산 라인 가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투입량을 조절해야하니 감산에도 한계가 있다.

 

IDC가 예상한 D램 가격 추이./KIPOST
IDC가 예상한 D램 가격 추이./KIPOST

짐 핸디(Jim Handy) 오브젝트애널리시스 애널리스트도 “모두가 예상해온 시장 침체기지만,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투자가 진행됐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은 바람에 고객사들이 정말 필요한 양 이외에는 사지 않는다”며 “올해는 반도체 역사상 최악의 하강 국면에 속한다”고 전했다.

업계가 추가 가격 하락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초 192달러(약 22만7000원)였던 32GB D램 가격은 2분기 139달러(약 16만4000원)로 떨어졌다. 업계가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건 150달러(약 17만7000원)였다. IDC는 내년 32GB D램 가격이 100달러(약 11만80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및 전체 반도체 시장 연간 성장률 전망./IDC, KIPOST 정리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및 전체 반도체 시장 연간 성장률 전망./IDC, KIPOST 정리

모랄레스 부사장은 “비트 당 가격은 올해만 D램이 40%, 낸드가 50% 떨어지고, 2023년까지 두자릿수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전체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1602억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긴 975억달러(약 115조793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5G·AI·엣지, 그리고 자동차… 비메모리의 시대가 돌아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전체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비메모리 반도체 덕이다. 

비메모리 시장은 IT 완제품 하나가 나올 때마다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PC와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당장 내년부터 5G 이동통신, 와이파이6 등 새로운 무선통신 표준의 등장과 인공지능(AI), 엣지(Edge) 컴퓨팅 등의 수요가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5G NR의 핵심인 밀리미터파(mmWAVE) 주파수 대역 기술이 포함된 표준(3GPP Rel. 16)은 이르면 연말 완료된다. 시장 전문가들이 아직 5G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건 이 때문이다. 

밀리미터파 통신이 가능해지면 비단 스마트폰에서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상현실(VR) 기기, 드론,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5G가 쓰인다. 

마틴 레이놀즈(Martin Reynolds) 가트너 부사장 겸 펠로우(Fellow)는 “5G를 구석구석 지원하기 위한 이동형 기지국(Mobile Base station) 등 인프라 투자도 병행된다”며 “5G를 디지털 비즈니스, 인프라 등에 적용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싶어하는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마크 파텔 매킨지 수석 파트너가 AI 반도체 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KIPOST
마크 파텔 매킨지 수석 파트너가 AI 반도체 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KIPOST

AI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디지털과 데이터 기반 기업의 60%가 AI에 투자했지만, 각 산업 부문별로 놓고 보면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들을 제외하곤 투자 규모가 아직 미미하다.

마크 파텔(Mark Patel) 매킨지(McKinsey&Company) 수석 파트너는 “오는 2025년 AI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AI가 아닌 반도체(Non-AI) 시장 성장률의 5배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와 엣지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모바일 다음의 완제품으로 여겨지는 건 자동차다. 자동차 전장화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확산으로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친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이 기조는 당분간 이어진다.

모렐라스 IDC 부사장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모바일 산업 생태계의 2배 규모로, 특히 이 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는 연평균 7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인프라, 전력 효율 등 친환경차의 여러 한계가 해결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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