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업체 대기질모니터링(AQM) 채택… 삼성도 검토

카메라에 빠졌던 모바일 업계가 헬스케어 기술로 눈을 돌린다. 이번에는 대기질모니터링(AQM) 기능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 모바일 업계부터 이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최종 목표는 숨소리로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다.

 

中, 연내 AQM 기능 넣은 스마트폰 출시

AQM(Air Quality Monitoring) 기능을 먼저 도입하는 건 중국 스마트폰 업계다.

화웨이는 연내 AQM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AQM 센서 공급 업체는 스위스 센시리온(Sensirion)으로 이산화탄소(CO₂) 센서, 초미세먼지(PM2.5) 센서 등 환경 센서에 특화된 업체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담길 AQM 기능은 온·습도와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CO₂ 등을 측정한다. 공기청정기와 같은 일부 가전에 들어가던 기능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셈이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대기 중에 퍼져서 악취·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을 뜻한다. 저농도에서도 악취가 나고, 화합물 자체도 피부에 닿거나 흡입하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CO₂ 농도는 특히 실내에서는 미세먼지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는 특정 기간에 몰려오지만, CO₂ 는 끊임없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대기의 CO₂ 농도(400ppm)가 청량감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1000ppm에서는 졸음이, 2000ppm에서는 두통이 찾아오고 3000ppm을 초과하면 현기증을 일으킨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화웨이는 초미세먼지(PM2.5) 검출 기능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센서 크기가 스마트폰에 들어가기엔 너무 커서 VOCs, CO₂ 검출 기능을 먼저 도입했다”며 “차기 목표는 초미세먼지”라고 설명했다.
 

AQM 기능 도입,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AQM 기능 도입을 먼저 검토한 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차기작인 ‘갤럭시 S7’ 시리즈에 보쉬의 AQM 센서를 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프로젝트를 접었었다.

 

센시리온의 가스 센서도 MOx 방식이다./센시리온
센시리온의 가스 센서도 MOx 방식이다./센시리온

대기에서 특정 물질을 검출하는 센서는 대부분 금속화합물(MOx) 방식을 활용한다. 

 

MOx 방식은 실리콘 기판에 가열판(hot plate) 영역을 형성하고, 위에 MOx 층을 올린 형태다. 가열판에 열을 가하지 않을 때는 MOx 층에 산소가 흡착돼있다가 열을 가하면 산소가 검출하고자 하는 물질과 만나면서 전자를 방출한다. 이때 MOx 층의 전기 저항이 변하는 것으로 물질이 얼마만큼 있는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화학 반응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응이 끝난 후 나온 기체가 다른 부품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고, 스마트폰에 케이스까지 씌우면 해당 기체가 바깥으로 나오질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열판을 수백도로 높인 다음, 반응이 일정 정도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해 이를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가스 센서는 보쉬가 한국 모바일 시장에 진입하겠다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었지만 여러 기술적 문제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말았다”며 “특히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면 반응 후 기체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센시리온 또한 MOx 방식을 활용하지만 센서 내부를 여러 셀(Cell)로 쪼갰다. 각 셀의 방열판은 서로 다른 온도로 동작해 방열판 유지에 대한 부담도 줄였고, 한 번에 여러 물질을 검출할 수 있게 했다. 

반응 가스 문제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충전 포트 등 기존 뚫려있는 구멍으로 나갈 수 있게끔 설계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AQM 도입… 목표는 입김 분석

최근 삼성전자는 AQM 기능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가장 큰 요구사항은 일산화탄소(CO) 검출이다. 일산화탄소는 연탄가스처럼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무색·무취·무미·비자극성 가스다. 흡입시 산소 대신 헤모글로빈과 결합, 산소가 각 조직으로 전달되지 않아 저산소증이 생기면서 인체에 해를 끼친다.

기술 발달로 일산화탄소 중독된 환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스사고 건수는 23건으로, 이 가운데 17건(74%)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였다.

작년 12월에는 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로 3명이 사망했고, 올해 1월에는 캠핑카에서 자던 5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CO₂ 는 당장 인체에 피해를 주진 않지만, CO는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진다”며 “CO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알람 기능이 활성화되는 방식의 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작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24.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칠레(24.9㎍/㎥)에 이어 두 번째로 오염도가 높았다./에어비주얼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24.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칠레(24.9㎍/㎥)에 이어 두 번째로 오염도가 높았다.

그 다음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센서는 빛의 산란을 활용한다. 센서 내부에 공기가 흐를 수 있는 특정 공간을 두고 발광다이오드(LED)에서 적외선(IR)을 쏘면, 먼지 입자에 빛이 닿아 산란이 일어나고 이를 집광렌즈로 모아 빛의 양을 분석하는 원리다.

즉, 공기가 흐르는 공간이 있어야해 센서 크기가 다소 큰 편이라 아직 스마트폰에는 들어가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최종 목표는 숨으로 질병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술을 마신 사람의 숨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처럼, 특정 질병에 걸린 사람이 내쉬는 숨에는 특정 가스가 포함돼있다. 이를 분석, 질병에 걸린 가능성을 측정해 알려주는 식이다. 질병의 ‘판단’은 의료기기법상 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삼성의료원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AQM은 스마트폰이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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