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5월3일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올 들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작년부터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사실상 ESS용 중대형 2차전지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서로를 상대로 ‘기술 유출’ 논란에 이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ESS 악재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각한 내홍마저 겪고 있는 것이다. 

ESS 화재는 지난해 5월부터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경북 경산에서 시작된 ESS 화재는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총 21건이나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300여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에 나섰고, 급기야 지난 1월에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리며 민간사업장에 대해서도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와 조사단은 아직도 ESS 화재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초 3월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미뤄진데 이어 또 다시 6월로 연기됐다. 결국 직격탄은 배터리 업계가 맞고 있다. 전국 ESS 시설 1490개 중 35%인 522개가 가동을 멈췄고, 올해 ESS 신규 설치도 거의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조사 결과 발표와 대책 마련에 뜸을 들이는 사이 ESS 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최근 배터리 3사가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부문에서 매출액과 영업손실, 각각 1조6501억원과 14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기 대비 20.5% 감소,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삼성SDI는 연결기준 지난 1분기 전지사업 매출액 1조7301억원을 달성했다. 전기 대비 7.9% 하락, 전년 동기 대비 20.7%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기타사업 매출액 2069억원과 영업손실은 85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배터리는 기타사업에 포함되는데, 영업손실은 869억원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은 물론 감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2년간 LG화학 소속 핵심인력 76명을 채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핵심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장이다. LG화학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 자료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곧장 반박에 나서 “기업의 정당한 영업 활동에 문제를 제기해 유감스러울뿐더러 국내 문제를 미국에서 제기해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고 맞섰다.

감정 싸움으로 치달은 두 회사의 공방과 소송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내홍마저 겪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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