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경북 구미에 구축한 첫 6세대(1500mm X 1850mm)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의 양산 시점이 이달 말로 재차 연기됐다.


아직 가동률을 끌어올릴 만큼 수율이 안정되지 않았고, 경기도 파주 AP2-E2 라인으로도 기존 수주 물량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는 LG디스플레이 AP2-E2의 주력 생산모델이다. (사진=애플)


AP2-E2로 몰리는 OLED 물량

현재 LG디스플레이 AP2-E2 라인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3~4종이다. 애플에 공급하는 애플워치용 소형 디스플레이와 LG전자 V30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OLED, 그리고 구글에 공급하는 ‘픽셀2’용 OLED다. 여기에 중국 샤오미가 연말 출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OLED도 AP2-E2에서 소량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 2분기 실적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상범 부회장은 “북미 고객사를 위한 OLED 생산 및 공급은 8월부터”라고 말했다. ‘북미 고객사’는 구글을 뜻한다.

6세대 대비 생산 효율이 낮은 4.5세대(730mm X 920mm) OLED 생산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다(多) 모델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LG디스플레이가 AP2-E2에 선행투자를 해둔 덕분이다.

현재 AP2-E2의 생산능력은 원판 투입 기준 월 2만2000장 가량이다. 1기 라인이 월 6000장, 2~3기 라인이 각 8000장씩이다. 2~3기 라인은 지난해 2분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라인 설비 현황(단위=천장). (자료=NH투자증권)

AP2-E2의 주력 생산 품목인 애플워치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워낙 패널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큰 캐파를 차지하지 않는다.

4.5세대 기판을 기계적으로 자르면, 애플워치(세로 42mm 가정)용 OLED 패널 44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수율 60% 정도를 가정하면 기판 한 장 당 267개를 생산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애플워치 1500만대를 출하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4.5세대 기판 5만6000장(1500만/267개) 정도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비교적 생산능력이 작은 1기라인(월 6000장) 정도로도 커버 가능하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V30이나 구글용 OLED 역시 계약 물량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AP2-E2에서 소화할 수 있다.

LG전자 ‘V 시리즈’의 연말까지 판매량은 최대 150만대 정도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올해 구글에 공급하기로 한 OLED 물량은 100만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4.5세대 기판 1장에서는 5인치대 스마트폰용 패널을 최대 50여개 정도 만들 수 있다. 계산상 기판 5만여장을 투입하면, LG전자와 구글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AP2-E2의 한 개 라인을 애플라인 전용으로 운용하는 한편, 나머지 2개에서 V30 및 구글용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5 양산 왜 늦어지나

구글 VR 기기 데이드림. 픽셀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한다. (사진=구글)

비록 아직은 AP2-E2 라인으로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물량을 감당할 수 있지만, E5 라인의 양산 가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당장 내년 초 출시될 LG전자 ‘G7(가칭)’은 OLED 모델 생산량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G시리즈 판매량 400만~500만 대 중 절반만 OLED라고 가정해도 LG디스플레이가 최대 250만개의 스마트폰용 OLED를 공급해 줘야 한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연말까지 LG전자와 구글에 공급하는 OLED 물량 전체와 맞먹는다.

여기에 E5를 성공적으로 양산해야 애플을 비롯한 전 세계 스마트폰 공급사에 ‘대안적 OLED 공급사’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석권한 상황에서 제 2의 공급사 출현은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6세대 OLED 라인인 E5는 기판 한 장에 200여개의 스마트폰용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AP2-E2 대비 생산 효율이 4배 높다. 구글⋅애플로부터 투자금 유치를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로서는 E5 양산에 성공해야 협상에 유리한 국면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E5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5년 E5 라인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 잡았던 양산 목표는 2017년 상반기다. 이 목표는 올해 들어 8월로 한 차례 연기됐다. 최근에는 2개월 뒤로 미룬 이번달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협력사 등에 따르면 현재 LG디스플레이는 E5 라인의 증착공정 중 ‘얼라인먼트(Alignment)’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먼트는 고열로 기화된 유기물을 기판의 정확한 위치에 증착시키기 위해 섀도마스크 위치를 미세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폰용 OLED의 화소(픽셀)간 간격이 10~20마이크로미터(μm) 정도에 불과한 탓에 약간의 오차에도 대규모 불량이 발생한다. 얼라인먼트가 틀어지면 예컨대 적색 인광 물질이 증착되어야 하는 위치에 청색 색은 녹색 물질이 묻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7월 LG디스플레이 E5 설비 반입 장면. (사진=LG디스플레이)

특히 6세대 기판이 4.5세대 대비 4배 정도 크기 때문에 기판에 붙여 놓은 섀도마스크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쳐지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중소형 OLED 라인은 설비 반입 후 최소 1년은 지나야 안정화 된다”며 “E5의 장비 반입이 작년 7월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혹은 8월 생산 목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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