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 에스에프에이는 중국 로욜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증착장비 구매의향서(LOI)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공급규모는 5400만달러(약 605억원)로, 중국 선전 5.5세대(1300mm X 1500mm) 양산라인에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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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욜이 시험 생산한 플렉서블 OLED.(사진=로욜)


21일 업계에 따르면 로욜은 최근 AP시스템에 5.5세대 OLED 제조용 ‘레이저 탈착장비(LLO)’를 발주했다. LLO는 플렉서블 OLED 생산 전용 장비다. 지지 기판이 되는 ‘캐리어 글래스’에서 폴리이미드(PI)를 분리하는 데 쓰인다. AP시스템의 수주는 에스에프에이에 이어 국내 장비 업체가 로욜 OLED 양산라인 구축 프로젝트에서 얻은 두 번째 성과다.그동안 중국발(發) 장비 수주는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티안마 등 전통의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쏟아져나왔다. 국내서 비교적 생소한 로욜이 OLED 양산 장비를 발주하자 업계 관심이 쏠렸다.

 

로욜은 현재 증착장비⋅LLO⋅노광장비(캐논) 등에 대한 발주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며, 트랙⋅봉지장비에 대한 입찰도 개시했다.

로욜은 현재 진행 중인 5.5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 프로젝트를 ‘준(Quasi-) 6세대’로 명명했다. 올해 안에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 규모의 발주가 나올 전망이다. 내년에는 준 6세대가 아닌 실제 6세대(1500mm X 1850mm) 라인도 구축한다. 6세대 라인 규모는 월 3만장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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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욜 VR 기기 '문(Moon)'.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 중국 선전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로욜 역시 중국 내 여타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투자금을 등에 업고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5.5세대 라인을 굳이 준 6세대로 명명한 것도 정부 보조금 획득을 위한 일종의 ‘과시용’으로 보인다.투자 규모로만 보면 웬만한 대형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 못지 않치만, 로욜은 국내 장비업계서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결과적으로 선전 시 정부는 로욜에 3조원을 베팅했다. OLED 산업에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지만, 창업 5년차 스타트업에 지원한 금액이로는 이례적으로 크다.

물론 로욜이 전혀 실체 없는 디스플레이 업체는 아니다. 지난 2014년 0.01mm 두께의 플렉서블 OLED 샘플을 공개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SE) 2017’에서는 OLED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VR) 기기 ‘문(Moon)’을 선보이기도 했다.

류쯔훙(劉自鴻) 로욜 CEO. (사진=로욜)

현재 구글에서 ‘선전 로욜 테크놀러지(Shenzhen Royole Technologies)’로 검색하면 총 172건의 특허가 검색된다. 이들 대부분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전자장치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현재 로욜에서 OLED 관련 장비발주를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인 R 총감이 장비 발주 담당자로 협력사들과 스펙⋅단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감은 중국 기업 내 한 부서의 총괄담당자다. 국내 기업으로 치면 부장 혹은 이사급이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장비 발주 담당자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사소통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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