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BOE, 더 헤매는 티안마⋅CSOT



지난해 5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청두 B7 공장 양산을 공식화했다. B7은 중국 최초의 6세대(1500mm X1850mm)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이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비록 작년 5월 양산 선언은 과시성 행사에 불과했으나 지난 1년 BOE는 OLED 수율과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수업료를 치렀다.


5개 모델 출하, 생산량은 미미


지난해 5월 양산 가동을 선언한 BOE B7에 실제 기판이 투입된 시점은 5개월 뒤인 2017년 10월쯤이다. 다시 반년이 지난 현재 BOE는 B7에서 총 5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2개 모델이 화웨이 향(向)이다.

실제 한 개 모델은 화웨이 양산 제품에 두 번째 공급사로 꼽히기도 했다. 바로 ‘메이트10 포르쉐디자인(이하 포르쉐디자인)’이다. 이는 화웨이가 독일 폴크스바겐 산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합작으로 디자인한 최고급 모델이다. 포르쉐디자인에는 5.99인치 QHD+급 OLED가 탑재됐다.

다만 포르쉐디자인은 출고가가 8999위안(152만원)에 달해 실제 판매량은 극히 적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아이폰X(1149달러, 123만원)보다도 20만원 비싼 수준이다.


▲화웨이 메이트10 포르쉐디자인. /화웨이 제공



이는 아직 OLED 패널을 원활하게 생산하고 있지 못한 BOE에는 오히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생산량이 많은 주력모델에 OLED를 공급하기에는 아직 수율 및 가동률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OLED용 유기재료 공급사와 장비 공급사에서는 B7의 가동률을 20~30% 이하, 수율은 10% 이하로 추정한다. B7의 첫 번째 라인 설계 생산능력이 6세대 원판 투입기준 월 1만 5000장인데, 실제로는 3000~4500장 정도 밖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이 중에 양품으로 건질 수 있는 건 10%도 안 된다.

6세대 기판 한 장에 5인치대 OLED 패널 200여개가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높게 잡아도 월 9만개도 생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셰 IHS마킷 연구원은 “생산량이 제한적인 포르쉐디자인은 BOE에게는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7에서 생산 중인 나머지 3개 모델은 아직 고객사가 정해지지 않은 제품으로, 화웨이는 이를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헤매는 티안마⋅CSOT


그나마 BOE는 티안마나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BOE를 따라 OLED 투자에 나섰던 티안마는 OLED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일 만큼 가동 상황이 좋지 않다(KIPOST 2018년 4월 10일자 <中 티안마 OLED 사업 매각설 왜 나오나> 참고).

티안마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6세대 OLED 생산공정에 처음 적용된 일본 알박의 증착장비다. 티안마도 OLED 생산 초보에, 알박 역시 6세대 장비 공급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수율을 잡아 나가기가 극히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LG전자도 알박 장비를 도입해 수동형(PM) OLED 양산을 시도하다 시간만 낭비했다”며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용 OLED 실력차가 벌어진 건 이 때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 사업인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사업 상황이 너무 좋다는 점도 티안마 OLED 사업에는 도전과제다. 티안마 지배주주인 중국항공기술국제홀딩스(AVIC INTL)가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LTPS LCD만 남기고, OLED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티안마 로고. /티안마 제공


CSOT는 최근 극심한 인력 이탈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SOT가 중소형 OLED 사업을 추진하면서 삼성⋅LG디스플레이는 물론 대만 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최근 삼성⋅LG디스플레이 출신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CSO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대만 엔지니어들이 승진을 통해 요직에 진출하면서 한국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에 불만을 품고 다른 패널 업체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옥석 가려지는 중국 OLED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아직 OLED 사업에 진출한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업체간 옥석이 가려지는 중이다. 가장 먼저 OLED 투자에 나선 BOE가 겨우 양산 가동을 시작했다면, 티안마⋅CSOT가 제대로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갈수록 신규 업체들의 OLED 사업 진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OLED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자금을 수혈했던 중국 정부가 사업 타당성을 더 면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KIPOST 3월 21일자 <"中 인민은행, 보수적 기조...디스플레이 투자 일부 연기 가능성"> 참고). 투자를 통해 사업 지속성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투자를 주저한다는 뜻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금 조달 통로. /IHS마킷 제공



업계 관계자는 “한때 주목을 받았던 로욜은 투자금을 제때 받지 못해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신생업체들이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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