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구축중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장인 ‘P10’의 완공 시기를 두 달여 앞당긴다. P10 내에 자리잡을 애플 전용라인(E6 3번~6번) 램프업을 조기에 마치고, 2019년 아이폰용 OLED 물량을 일부나마 되찾아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애플과는 전용 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금액 규모를, 장비 업체들과는 중소형 OLED 장비 반입 스케줄을 논의 중이다.



2019년 신제품 아이폰에 OLED 공급이 목표



1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당초 내년 6월 예정이던 P10 완공 시점을 두 달여 빠른 4월, 혹은 그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OLED 생산에 가장 중요하고 납기가 긴 증착장비를 3~4월에 반입할 수 있다는 회신을 일본 캐논도키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10 공장은 LG디스플레이가 10세대급 TV용 OLED(혹은 LCD)와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했다. 파주 중소형 OLED 라인의 이름은 ‘E6’인데, 1⋅2번 라인(6세대 월 3만장 분량)은 인근 ‘P9’ 공장 내에 위치해 있다. P10에는 E6 3번~6번 라인(6세대 월 6만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P10 내 중소형 OLED 라인인 E6 3번~6번 라인 장비 반입 스케줄. 반입 후 양산 안정화 기간까지 포함. /KIPOST



LG디스플레이가 P10 완공을 두 달이나마 앞당기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2019년 아이폰용 OLED 공급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장비 입고가 6월이냐 3~4월이냐의 차이는 크다. 2018년 3~4월에 증착장비가 반입되면 약 8개월 간의 양산 검증 작업을 거쳐 이르면 2019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만약 원래 예정대로 6월에 P10 완공과 장비 반입이 이뤄지면 양산을 연습해볼 시간이 그 만큼 짧아진다. 통상 애플은 전년도 연말에 협력사 생산 라인 실사(實査)를 끝내고, 이듬해 4~5월부터 아이폰 신제품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을 발주한다. 내년 6월에 증착장비가 반입되는 스케줄로는 2019년 아이폰용 OLED 양산 공급을 타진해보기가 매우 어렵다. 장비 셋업과 양산 안정화에 최소 반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3~4월에 P10이 완공되고, 2019년 초부터 중소형 OLED를 양산할 수 있다면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빼앗겼던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공급권을 일부나마 되찾게 된다.



E6 3~6라인, 애플 전용으로 구축



이는 애플로서도 학수고대 중인 사안이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3개 모델 중 1개에만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내년에는 3개 모델 전체에 OLED 적용한다. 그러나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수급을 100%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적 우호관계인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OLED 양산 대열에 참여하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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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OLED 수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100% 의존한다. 사진은 애플스토어 정문. /애플 제공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조단위 자금을 대어 가며 OLED 투자를 독려하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E6 3~6번 라인 전체를 애플 전용 라인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장비 도입에 필요한 자금 약 5조원 중 최소 3조원 이상은 애플이 선급금 형식으로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5조원 전체를 애플이 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미 E5 추가 투자와 E6 1⋅2번 라인, P10 투자 탓에 LG디스플레이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며 “애플도 OLED 추가 공급사가 절실한 만큼 투자금 전체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D, 까다로운 애플 눈높이 맞출 수 있을까



관건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아이폰용 소재⋅부품 생산은 ‘독이 든 성배(聖杯)’에 비견될 만큼 기회이자 리스크다. 


까다로운 스펙과 수율을 맞추면 단기간에 매출⋅영업이익이 몇 곱절 증가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실적을 깎아 먹기 십상이다. 애플에 선급금을 받고 사파이어글래스 생산시설에 투자했다가 2014년 파산한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가 대표적이다.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가 양산을 시도했던 아이폰용 사파이어 커버글래스. /유튜브 캡처



최근 아이폰8(가칭) 터치스크린용 연경성인쇄회로기판(RF-PCB) 물량을 수주했던 대만 유니마이크론은 수율을 맞추지 못하고 공급권을 반납했다. 이 물량은 최근 인터플렉스⋅비에이치 등 국내 업체에 분배되고 있다. 


중소형 OLED를 10년 간 생산한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가을 출시될 아이폰용 OLED 양산 승인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OLED 생산수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애플 향(向) 제품은 이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생산이 더 어렵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한다고 해도 이 사업에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얘기”라며 “10년간 중소형 OLED를 생산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수익성 차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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