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디스플레이 패널에 직접 뛰어든다. TV용 패널을 용이하게 수급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 출시에 유연성을 갖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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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영상디스플레이 개발팀 산하에 디스플레이 연구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주로 박사급 연구원들을 배치해 조기에 패널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개발 후보 기술은 대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LED,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패널 기술을 망라한다. 특히 마이크로LED를 VD사업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핵심 기술은 직접 개발, 생산은 외주화 전략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있음에도 VD사업부가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면적 패널에 투자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TV용 패널은 탕정 7세대 L7-2라인 11만장, 8세대 L8-1 라인 15만장, L8-2 라인 15만장, 중국 쑤저우 12만장을 합쳐 월 53만장이 전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면적 OLED는 연구개발(R&D) 부서만 일부 남겼고, 실제 사업화를 위한 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LED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대형 패널에 LED를 빼곡하게 채워야 하는데, 균일도를 맞추기 쉽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균일도를 맞출 수 있더라도 LED 패키지를 모듈에 실장할 때 반도체 후공정 수준의 장비가 필요하다”며 “투자 대비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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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V용 패널 출하량. 올해 3월 기준 지난해 동월보다 7.5% 줄었다. /IHS, 유안타증권 집계

 

 VD사업부 입장에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LCD 패널은 중국 CSOT 투자를 통해 확보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LCD TV는 중국 업체들도 8K 고선명, 대면적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어 점점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해 하반기 중국 LCD 8세대 팹들이 추가 가동 되면 차별화는 더욱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고 OLED 패널을 쓸 수도 없다. 생산 업체가 LG디스플레이밖에 없는데 LG전자 패널 수요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패널 공급 부족 때문에 수요가 있는데도 출하가 안 됐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을 내재화 하면 생산 전략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스마트폰 핵심 기술은 직접 개발하고 생산은 외주화 한다. 제품 최적화는 하면서 생산 비용은 절감한다. 애플은 LCD나 OLED 패널 기술도 상당수준으로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삼성 VD사업부는 LCD 모듈 공정 기술은 내재화하고 외주업체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패널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필요한 모든 기술을 확보해 생산만 외주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대면적 R&D는 유지

 

가장 큰 고객사의 이런 움직임에 삼성디스플레이도 대응에는 나섰다. 최근 대면적 OLED 또는 퀀텀닷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1대 들였다.  

 

 우선 R&D용으로 활용하고 직접적인 생산 공정 개발에 투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카티바가 생산하는 이 장비는 LG전자, BOE, CSOT 등이 유기물 잉크젯 프린팅용으로 발주를 낸 바 있다. 중국 업체들은 2019년 잉크젯 프린팅 방식 패널을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경쟁 패널 업체들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에서 기술은 확보해 두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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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바 잉크젯 프린팅 장비 내부. /카티바 제공

 

 

 삼성 완제품 vs 부품, 갑-을 구도 깨지나

 

그동안 삼성 세트 부문은 자사 부품 부분이나 계열 부품소재 회사의 주요 고객사로, 협상력은 세트 부문이 가졌다. 

 

최근 이런 구도는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다. 애플을 비롯,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전세계 OLED 수요의 의존도가 워낙 높다.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가 D램은 50% 가까이, 낸드플래시는 4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3D낸드플래시는 실제 높은 수율로 생산한 경험이 있는 업체가 삼성 뿐이다. 삼성 DS부문을 배제하고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삼성전자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중 77%가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거둬 사내에서 DS의 위상도 높다. 통합 컨트롤을 하던 미래전략실도 해체되고, 세트 부문의 주문에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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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윤부근 CE부문 경영전반총괄 사장(왼쪽)과 권오현 DS부문 경영전반총괄 부회장 겸 이사회 의장

 

 

이를 반영하듯 예년과 다르게 세트부문과 부품부문은 하루 차이를 두고 각각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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