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도입하면 향후 OLED 소재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증착 방식 공정에는 분말 형태 유기물질이 들어가는데 비해, 잉크젯프린팅 공정에는 액체 형태의 잉크 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분말 유기재료와 잉크 유기재료는 재료를 합성⋅정제하는 방식부터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까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협력사 구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머크 이노베이션 센터 전경. /머크 제공



듀폰⋅머크⋅스미토모, 잉크재료 3강



현재 세계적으로 OLED 솔루블(soluble) 재료 부문에서 가장 기술력이 높은 회사는 미국 듀폰, 독일 머크, 일본 스미토모화학 3사다. LG디스플레이는 3사 중 머크⋅스미토모와 집중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머크는 저분자 기반의 솔루블 재료를, 스미토모는 폴리머 기반의 솔루블 재료를 개발해왔다.


이 중 머크는 LCD용 액정부터 OLED용 정공수송층(HTL) 재료, 황색 인광 호스트 재료 등을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해왔다. 눈에 띄는 회사는 스미토모다. 스미토모는 LCD용 편광판 등 주로 광학필름 협력사에 그쳤다. 그동안 OLED용 유기재료 산업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OLED 제조 공정이 증착에서 잉크젯프린팅으로 바뀌면 신규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초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라이팅 재팬 2016’에서 솔루블 재료를 전시한 바 있다. 당시 머크의 적색 솔루블 재료 효율은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UDC)의 증착방식 재료 대비 65%를 나타냈다. 스미토모의 적색 재료는 85% 이상을 달성했다. 수명은 UDC 대비 25% 수준으로 낮았다. 다만 1년 반 전의 데이터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상당부분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머크⋅스미토모 어느 쪽이 협력사로 지정되든, LG화학에는 악재다. HTL은 물론 정공주입층(HIL)⋅발광층(EML)⋅전자수송층(ETL)까지 다양한 재료를 개발한 LG화학은 아직 증착방식 재료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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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양산 라인에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BCL(Blu Common Layer) 방식의 OLED 구조. HTL과 적⋅녹색 발광재료까지는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청색 발광재료는 오픈마스크 증착한다. 적⋅녹색 위의 청색 발광재료는 ETL의 역할을 할 뿐, 실제 색상을 내지는 않는다. /EENews



현재 LG화학이 LG디스플레이 TV용 OLED 공정에 의미 있는 양을 공급하는 것은 ETL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 역시 용액 공정용 발광재료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글로벌 3사에 비하면 기술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향후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공정이 잉크젯프린팅으로 바뀐다면 영영 진입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한 잉크재료 업체 관계자는 “당초 삼성⋅LG디스플레이가 증착 공정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국내 소재업체들도 증착 재료에 경도된 측면이 있다”며 “10년 가까이 솔루블 재료를 연구해 온 글로벌 회사들을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덕산네오룩스 등 SDC 협력사 향방은?



덕산네오룩스⋅두산전자 등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용 유기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잉크젯프린팅 공정이 파인메탈마스크(FMM) 방식의 증착공정까지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등 최신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중소형 스마트폰의 화소의 크기는 20~30마이크로미터(μm) 안팎이다. 이 정도 크기의 화소를 잉크젯프린팅 공정으로 구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할 구미 E5나 파주 E6 공장이 아닌 TV용 공장인 P10에 잉크젯프린팅을 도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TV용 OLED의 화소 크기는 수백μm 단위다. 



▲FMM 공정 모식도. 잉크젯프린터로는 FMM 공정을 대체할 수 없다. /선익시스템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수행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것은 각 점(Dot) 들의 직경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프린터 노즐로 찍어야 하는 점의 직경이 작을수록 편차를 줄이는 게 어렵다. 


이 때문에 잉크젯프린터 장비 업체는 물론 재료업체들까지, 잉크젯프린팅 공정의 당면 과제는 TV용 OLED다. 스마트폰용 OLED가 아니다. 따라서 잉크젯프린팅 공정이 중소형 OLED 부문까지 치고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아직 TV용 OLED에 솔루블 재료를 적용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FMM 공정을 잉크젯프린터로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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