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계 가장 큰 화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구축 프로젝트였다. 애플 향(向) 전용라인을 포함해 총 10개의 6세대(1500mm X 1850mm) 라인과 1개의 5.5세대(1300mm X1500mm) 라인을 동시 구축하는 전인미답의 대장정이었다. 아직 진행 중인 이 공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


이제 시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언제 새로운 공장을 지어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냐에 쏠렸다. 이미 충남 탕정 A3 라인과 L7-1라인분까지 설비 발주 계획이 꽉 차, 현상태로 더 이상의 추가 프로젝트는 불가능하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A3 설비용량 한계, A4 신설할까



최근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A4(가칭) 신공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스페이스(설비 공간) 한계 때문이다.


A3 공장은 월 12만장 생산 규모에 대한 발주 계획이 모두 나온 상태다. 상반기 중에 마지막 발주가 나온 설비가 3분기 중에 입고, 내년 초부터 가동하는 스케줄이다. L7-1은 마지막 세 번째 라인에 대한 발주가 3~4분기 중에 나온다. 내년 상반기 입고, 연말쯤 양산하는 순이다.



▲삼성디스플레이 A3 및 L7-1 라인 양산 스케줄. (단위=천장) /자료=업계 추정



이제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가로 중소형 OLED 라인을 짓기 위해서는 천상 새 공장 A4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이 LCD 공장을 OLED로 전환한 L7-1을 편의상 A4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식 명명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TV용 LCD를 생산하는 L7-2마저 중소형 OLED 설비를 들이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모회사이자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TV 사업 구도를 감안할 때 현실 가능성이 낮다. 


삼성전자가 TV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대형 LCD 공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샤프가 LCD 패널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달려가 구매를 타진한 바 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도 L7-2의 OLED 전환 계획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업계 “A4, 러프한 수준의 논의 오가”



그렇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 투자에 가장 민감한 장비 업계는 A4 신공장 투자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FMM 증착공정 모식도. 기판 크기가 커지면 마스크(하늘색 부분) 처짐 현상이 발생한다. /자료=선익시스템



복수의 장비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A4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와 러프(개략적인) 수준의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언제, 어떻게 투자할 지는 몰라도 A4 신공장 투자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는 뜻이다.


한 장비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A4는 6세대 하프컷이 아닌 6세대 노컷으로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은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은 6세대 원판을 그대로 이용해 진행되지만, 핵심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공정은 기판을 절반으로 잘라 쓴다. 세로 1850mm 기판을 그대로 쓰면, 중력에 의한 마스크 처짐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판을 반으로 잘라 쓰면 FMM 공정 시간이 두 배로 걸리고, 면취율도 낮아진다. 최근 중소형 OLED 투자에 나선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도 같은 규격의 장비를 사용한다. 선발 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차기 투자시 생산성이 좀 더 높은 공정을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한 외국계 장비 업체 대표는 “6세대 노컷 기술을 도입하는데 마스크 기술만 확보되면 다른 기술들은 이미 완성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폴더블 시대 개막에 달려 있어



A4 신공장을 투자함에 있어 삼성디스플레를 가장 고민스럽게 하는 부분은 단연 중소형 OLED 수요다. 신공장을 투자해 설비를 들일 만큼 중소형 OLED 수요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를 사줄 곳은 크게 보면 3군데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다. 


우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만 보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여지는 없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연간 3억대 수준에서 정체 상태다. 3억대 중 OLED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지난해 기준 83%(삼성증권 추정) 가량이다. 앞으로 OLED 비중을 더 늘려봐야 나머지 17%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자료=삼성증권



애플향 OLED는 이번에 발주한 장비들이 모두 셋업되면, 연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 계약은 6세대 월 10만5000장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면 월 최대 2000만개(5인치대 기준)의 OLED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추가 증설 없이도 애플의 아이폰 향 OLED를 충족한다는 뜻이다.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한 곳은 중화권 업체다. 스마트폰 시장의 OLED 침투율이 18%(지난해 기준)로 낮고, 향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억대에 살짝 못미쳤던 스마트폰 시장도 점진적이지만 아직 성장세에 있다. 


비록 BOE⋅CSOT⋅티안마 등이 OLED 투자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수율을 장담하기 어렵다. 향후 최소 3년, 길면 5년 이상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싸게(수율을 높게) OLED를 생산할 수 있을 회사는 없다.


그렇다고 ‘빅3’ 수요 중 중화권 수요 만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A4 공장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수급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수익을 충분히 누리는 게 전략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제품.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따라서 현재로서 삼성디스플레이가 A4 투자에 나선다면 가장 큰 유인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OLED가 장착된 스마트폰의 가장 큰 강점은 휴대성이다. 큰 사이즈의 패널을 장착해도 접어서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보관의 불편함이 적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가 지금보다 최소 1.5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이는 삼성전자⋅애플의 스마트폰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비싼 라인업에 한정적으로 출시되겠지만, 당장의 큰 OLED 수요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업계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역시 디스플레이 전략을 LTPS LCD에서 OLED로 전환한 것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겨냥한 것이다.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 건 시간 문제라는 뜻이다.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면, 기존에 애플 향 라인으로 깔려 있던 설비만으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측면에서 폴더블 OLED 기술은 90% 완성단계”라며 “사이드 엣지 스마트폰도 잘 팔리는 상황에서 구태여 폴더블 스마트폰을 일찍 등판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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