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LG디스플레이의 첫 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인 구미 ‘E5’가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 가동에 들어간다. 그동안 OLED 사업에서 TV용 화이트OLED(WOLED)에 집중해왔던 LG디스플레이로서는 E5 성공에 중소형(스마트폰용) OLED 사업 명운이 걸렸다.


WOLED와 중소형 OLED는 내부 구조가 완전히 다른데, LG디스플레이는 가장 핵심인 증착과 봉지 공정에서 6세대 OLED 제조 경험이 전무하다.



E5, 7500장 규모 내년 상반기 양산



E5 라인은 LG디스플레이가 경상북도 구미 단지에 구축 중인 6세대(1500mm X1850mm) OLED 라인이다. 지난해 7월 원판투입기준 월 7500장 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7500장 규모가 증설 중이다.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부분은 앞서 투자한 7500장 분이다. 


E5 1단계 투자분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하반기 연이어 가동될 2단계(월 7500장분)와 파주 P9 공장 내 구축 중인 E6(월 1만5000장분) 역시 순조롭게 가동될 수 있다. 만약 E5 양산이 조기에 안정화되지 않으면, E5 2단계 및 E6 양산까지 연쇄적으로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지난 7월 구미 E5 공장에 OLED 장비가 반입되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애플과의 중소형 OLED 공급 계약에 치명타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에 쓸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독점 공급받고, 2018년 이후로는 복수 공급선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샤프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하게 된다면, 애플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대응할 협상력이 높아지고,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CD 매출 감소를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양사가 서로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E5 양산 가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애플로서도 아이폰용 OLED 물량을 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공급 계약 여부에 따라 E6 이후 추가 투자 규모를 달리할 계획”이라며 “E5 양산 성공 여부에 중소형 OLED 사업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첫 6세대 FMM 공정 성공할까



LG디스플레이의 E5 양산 가동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건 역시 증착과 봉지 공정이다.  


그동안 TV용 WOLED 제조공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정화시킨 LG디스플레이지만,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와 WOLED는 기술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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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M 증착 공정을 나타낸 모식도. /선익시스템 제공



WOLED는 적⋅녹⋅청(RGB)색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기판 수직방향으로 쌓아 올리면서 증착하는 것과 달리, 중소형 OLED는 RGB 유기물질을 기판 수형 방향으로 나란히 증착한다. WOLED가 샌드위치처럼 유기물질을 쌓는다면, 중소형 OLED는 마치 바둑판에 바둑돌을 놓듯 나란히 증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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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ED의 구조(왼쪽)와 기존 RGB 서브픽셀 구조의 OLED(오른쪽). /LG디스플레이 제공



수평으로 RGB 유기물을 증착하는 공정을 파인메탈마스크(FMM) 증착이라고 하는데, 6세대는 세계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만 성공한 고난이도 공정이다. 수십마이크로미터(µm) 크기의 RGB 서브픽셀을 서로 겹치지 않게 가지런히 증착하기 위해서는 FMM 정렬부터 온도⋅시간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AP2-E2 공장에서 4.5세대 크기의 OLED를 생산하며 FMM 공정을 경험해봤지만, E5는 기판 크기가 6세대여서 기존 4.5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판 크기가 커질수록 FMM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는데, 이럴경우 RGB 서브픽셀이 정위치에 증착되지 않고 불량이 발생한다. 


탕정 A2 라인에서 5.5세대(1300mm X 1500mm) OLED를 수년간 생산해온 삼성디스플레이조차 첫 6세대 라인인 A3-1 증착 라인 안정화에 8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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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정문.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더욱이 E5 라인에 증착 장비를 공급한 선익시스템은 이번이 첫 6세대 장비 양산 공급 사례다. 앞서 6세대 장비를 공급하고 운용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일본 캐논도키에 비해서는 일천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선익시스템 역시 6세대 OLED 양산이 처음이어서 E5 조기 안정화에 회의적이다. 


한 OLED 장비 업체 관계자는 “패널 업체나 장비 업체 중 한 곳이라도 6세대 OLED 양산 경험이 있다면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양산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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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텍스 봉지 공정도 처음 시도


LG디스플레이가 E5에 적용키로 한 봉지 공정 역시 처음 시도해보는 기술이다. 봉지는 산소⋅수분에 약한 유기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막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E5에 삼성디스플레이의 ‘바이텍스’ 봉지 공법을 도입키로 했다. 유기물과 무기물층을 번갈아 적층하는 게 핵심이다. 


무기물층을 형성하는데 쓰이는 플라즈마기상화학증착장비(PECVD)는 기존 LCD 공정에도 많이 쓰이는 장비여서 특별히 양산 안정화에 대한 우려는 적다. 그러나 유기물층을 쌓는데 쓰이는 잉크젯프린터는 LG전자 소재생산기술연구소(PRI)가 처음 만들어 공급하는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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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텍스 봉지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 주황색 부분이 잉크젯 프린터로 적층한 유기물층이다. /KEIT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물 잉크젯프린팅 장비를 미국 카티바에서 도입했는데, LG디스플레이는 PRI가 공급키로 했다. PECVD와 달리 유기물 잉크젯프린터는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운용해 본 적 없는 설비여서 역시나 양산 안정화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3 양산 수율 탓에 애를 먹을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협력사가 캐논도키⋅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카티바 3사”라며 “E5에는 캐논도키와 카티바가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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