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1월 접히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시(示)양산한다. 단순히 실험실에서 한두개 제작하는 게 아닌 실제 양산 라인에 흘려 보는 수준이다. 지난 7월과 10월에도 시양산 계획이 잡혔다가 신뢰성 확보 문제로 연기됐는데, 이번에는 실제 소재⋅부품 발주까지 나갈 계획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탓에 가을 프리미엄폰 라인업에 손상을 입은 삼성전자로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 출시를 앞당길 수도 있다.



02_삼성디스플레이_롤러블AMOLED (1).jpg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롤러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밖으로 접히는 폴더블 OLED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1월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시양산하기 위해 오는 12월 관련 소재⋅부품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번에 계획된 생산량은 약 3만개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험실이 아닌 실제 생산 라인에서 만들 계획이다. 삼성전자⋅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시양산한 폴더블 OLED의 신뢰성을 테스트한 뒤 내년 혹은 그 이후 양산 계획을 조정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역점을 두고 개발해 왔던 안으로 접히는(인폴딩) 방식의 OLED가 아닌 밖으로 접히는(아웃폴딩) 형태라는 것이다. 인폴딩은 강화유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긁힘에 약한 투명폴리이미드(CPI)를 스마트폰 안쪽으로 감싸 보호할 수 있는 반면, 아웃폴딩은 CPI가 기기 가장 바깥으로 노출된다.


▲인폴딩 방식의 스마트폰 컨셉트 이미지. /www.behance.net 캡처



이 때문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OLED 개발 초창기부터 인폴딩 OLED를 염두에 두고 개발해왔다.


그러나 최근 제품 신뢰성 문제로 인폴딩 방식에 앞서 아웃폴딩 방식을 우선 시양산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인폴딩 방식에서 OLED 곡률반경을 3r까지 확보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했다. 3r은 반지름이 3mm인 원통을 감쌀 수 있는 정도의 각도를 뜻한다. 제일 안쪽에 들어가는 OLED가 3r 정도로 접혀야 전체 스마트폰 두께를 1cm 이하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아웃폴딩은 OLED의 곡률반경에 훨씬 여유가 있다. OLED가 가장 바깥에서 기기를 감싸 안는 형태기 때문이다. 접혀 있는 스마트폰 기기 두께가 8mm라면 4r, 1cm면 5r 정도의 곡률만 확보하면 된다. 기존 ‘갤럭시S7’의 두께는 7.9mm인데, 접히는 스마트폰은 이보다 더 두꺼울 가능성이 크다.

 

 

▲아웃폴딩 OLED가 적용된 레노버의 스마트워치. ./레노버 제공



곡률반경을 넓게 잡으면 폴더블 OLED 생산에 따르는 리스크는 훨씬 작아진다. OLED를 좁은 각도로 접으면 봉지층이 깨지면서 산소⋅수분이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유기재료층은 곡률반경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쓰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은 3r 정도가 곡률반경 한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CPI의 내긁힘성을 확보해야 한다.



‘프로젝트 밸리’, 갤럭시노트 대체할까...문제는 양산 채비 시간



그동안 삼성전자⋅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에 다급하지 않았던 것은 기존 엣지형 스마트폰 판매가 예상 외로 호조세였기 때문이다. 비록 배터리 과열 탓에 단종되긴 했지만, 갤럭시노트7은 역대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장 큰 찬사를 받았다. 당초 생산 계획이었던 1200만대를 훌적 넘어 판매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불의의 발화 사고로 신제품이 단종되면서 갤럭시노트 시리즈 이미지 자체가 크게 실추된 상황이다. 외신에서는 벌써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시리즈 자체를 단종시킨다면 남는 대안은 폴더블 스마트폰(프로젝트 밸리) 밖에 없다. 프로젝트 밸리가 처음부터 접히는 패블릿(대화면 스마트폰)을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도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대체하기에 적합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출시되던 가을까지 프로젝트 밸리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4월 안에 모든 양산 채비가 끝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CPI⋅편광판⋅접착제(OCA)⋅힌지⋅나노코팅 등 협력사 차원에서 받쳐줘야 할 소재⋅부품 생산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월 250만대 분량의 생산 설비를 갖춰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1월 생산 계획이 시양산인 만큼, 아직 협력사에 설비 증설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년 가을 양산 채비를 갖추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