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공정 핵심 설비인 레이저어닐링(ELA) 양산 공급에 성공했다(하단 표 참고).
LG디스플레이는 기존 라인의 ELA 공급사로 일본 JSW(재팬스틸웍스)를 활용해왔는데, 신규 중소형 OLED 라인 투자시에는 이를 이원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저리프트오프(LLO)⋅레이저본더⋅컷터 같은 여타 레이저 장비로의 양산 공급 확장도 점쳐진다.
21일 업계 및 중국국제초표망에 따르면 LG전자 PRI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로부터 6세대 ELA 장비를 수주했다. 장비는 6세대(1500mm X 1850mm) 원판을 월 1만5000장 투입할 수 있는 규모로, 티안마는 샤먼 지역에 최대 월 3만장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들여 놓을 계획이다. 나머지 1만5000장분의 ELA는 역시 국내 업체인 AP시스템이 수주했다.
LG전자 PRI가 공급할 ELA 장비는 강력한 레이저를 조사해 비정질실리콘(a-Si)을 저온폴리실리콘(LTPS)으로 결정화 시키는 기능을 한다. a-Si는 전자이동속도(1㎠/Vs)가 느리기 때문에 고화질 디스플레이용으로는 부적합한데, ELA로 레이저를 쏘아주면 LTPS 기판으로 바뀐다. LTPS는 a-Si 대비 전자이동속도가 100배 빨라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LTPS 앞에 LCD 혹은 OLED 셀을 붙여 스마트폰용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ELA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투자에서 가장 소요 금액이 큰 장비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에 ELA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AP시스템은 올해 1월 월 1만5000장 규모의 ELA 장비를 수주했는데, 1300억여원을 공시했다. ELA는 또 다른 OLED 전공정 장비인 LLO와 구현 원리가 거의 비슷해 향후 LLO까지 공급할 여지도 생겼다. LG디스플레이의 ELA 공급사는 JSW며, LLO 공급사는 국내 중견 장비 업체인 이오테크닉스다. 향후 이들 업체와의 수주 경쟁도 예상된다.
▲ELA 장비 구조. 엑시머레이저 소스 모듈에서 나온 원형 레이저가 호모제나이저를 통과하면 선형 레이저로 바뀐다. 그림 내 노란색이 레이저가 조사되는 부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제공
그동안 물류 장비 등 부가가치가 낮은 설비 공급에 그쳤던 LG전자 PRI가 전공정 핵심설비까지 양산공급하게 되면서 PRI 분사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PRI의 장비⋅설비 매출 규모는 이미 조단위를 넘어 섰으며, LG는 PRI를 삼성전자 세메스와 같은 그룹 내 장비 전문업체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화학⋅디스플레이⋅이노텍 등 계열사 장비⋅설비 물량만 수주해도 세메스를 훨씬 뛰어 넘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 협력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정된 디스플레이 투자 시장에서 그룹 내 계열사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단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은 뻔하고, 자칫 공급사 지위를 빼앗길 가능성도 크다. 당장 PRI가 ELA 공급에 성공하면서 JSW와 이오테크닉스는 LG디스플레이 공급사 지위를 놓고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PRI는 중소형 OLED 핵심 설비인 증착장비도 개발 중이다.
한 장비 업체 고위 임원은 “LG전자 PRI는 직접 만들지 못하는 장비는 외부에서 구매해 공급하기 때문에 기존 협력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며 “LG전자에서 분사해 독립채산재를 시행할 경우 훨씬 더 적극적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