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IT산업 만큼 이 말이 어울리는 분야도 없을 듯 하다. 어제의 신기술이 오늘은 낡은 것이 되고, 오늘의 유행은 금세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이 된다. IT산업에 몸담고 있다면, 내년 혹은 그 이후를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KIPOST는 창간 1주년 기념으로 2017년 IT산업을 이끌 ‘메가트렌드’를 모아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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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롤러블 OLED.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 서쪽 삼거리는 요즘 작업 인부들로 24시간 북적인다. 삼거리 7시 방향 귀퉁이에 있는 셔틀버스 정거장 때문이다. 셔틀버스는 이곳에서 약 2km 남쪽에 있는 임시주차장을 쉼 없이 오간다.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증설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은 남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이용해 현장으로 출근한다. 삼거리 뿐만 아니다. “용두리 인근 식당 및 편의점까지 OLED 특수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탕정은 인산인해다. 


지난해 연말 시작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수는 한적했던 공단 변두리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외부에 중소형 OLED 투자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증설 현장 열기는 드넓은 A3 공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올해가 OLED 산업에서 상징적인 해가 될 것임은 공단 인근만 스쳐가도 느낄 수 있다.


KIPOST는 삼성⋅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 등 OLED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는 국내외 회사들이 설비 투자 계획을 집계해봤다.



삼성디스플레이, 210K 투자...이제 시작



지난해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사실상 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목표는 담대하다. 향후 짧게는 3~4년, 길게는 5년 이상 중소형 OLED 분야에서 후발 주자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탕정사업장 전경 / 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현재까지 국내외 OLED 장비 업체들을 통해 집계된 투자 규모는 이 같은 목표가 허언(虛言)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8년 상반기까지 목표로 잡은 신규 설비투자 규모는 6세대 월 21만장(셋업기준) 수준이다. 이 중 10만5000장이 애플 몫, 나머지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및 중국 등 해외 고객사 몫이다. 이를 위해 75%가 비어 있는 A3 공장은 물론, LCD 공장인 L7-1, 파일럿 라인인 V1 공간을 비우고 중소형 OLED 생산 설비를 채우기로 했다.


A3 공장의 설비 한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지만, 대략 월 12만장 규모(6세대 원판투입 기준)가 최대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원판 투입 기준 1만 5000장 정도를 1개 라인으로 치는데, 이를 감안하면 총 8개 라인이 들어찰 수 있는 것이다. A3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OLED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1개 라인이 양산 가동 중이었고, 올 들어 추가 1개 라인이 추가됐다. 그러므로 A3에 신규로 들어갈 수 있는 6세대 OLED 라인은 6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L7-1에 3만장~4만5000장(2~3개 라인), V1(5.5세대)에 3만장(2개 라인)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모두 합치면 최대 월 16만5000장(11개 라인) 규모가 된다. 목표대로 21만장까지 채우려면, LCD 공장 중 일부를 더 매각하거나 A4(가칭)를 건설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투자 속도전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증착장비 확보다. 일본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이후 생산물량을 대부분 선(先)주문했다. 이때는 아직 애플과의 공급계약이 마무리도 되기 전이다. 


아직 국내 장비업체에는 21만장까지 설비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캐논도키에는 이미 전체 규모에 대한 발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에는 9월과 11월에도 A3로 증착장비가 입고되며, 향후 2개월에 한 대씩 증착장비가 지속적으로 입고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중소형 투자 본격화...E5에 P10까지



OLED 사업 전략 방향을 TV용 대면적 애플리케이션으로 잡았던 LG디스플레이도 점차 중소형 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내년부터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하면 당장 중소형 LCD 쪽에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애플 외에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들도 최근 OLED 채택 비중을 높이고 있어 중소형 OLED 투자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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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롤러블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제공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가 공식적으로 밝힌 신규 투자 규모는 경북 구미 E5 라인의 월 7500장과 경기도 파주 P9 공장 내 1만5000장이다. 합치면 2만2500장 수준이다.


아직 공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협력사에는 E5 추가 7500장에 대한 발주도 나온 상태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장비 업체들과 집중 논의하는 것은 P9 혹은 P10에 추가로 얼마나 더 많은 설비를 투입할 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전적으로 판매 물량 확보에 달려 있다. LG디스플레이는 P9~P10에서 생산된 중소형 OLED를 애플⋅샤오미⋅LG전자에 납품할 계획인데, 아직 애플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장비 협력사에는 최소 1만5000장, 최대 4만5000장까지 거론한 채, 유동적으로 투자 규모를 논의 중이다.


이상 LG디스플레이 E5와 P9 공장의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치면 최대 7만5000장(확정 2만2500장 + 잠정 4만5000장)이다. 



BOE, 삼성디스플레이 벤치마크 전략...CSOT도 닻 올린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분야에서 가장 신경 썼던 상대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 JDI였으나 최근에는 중국 BOE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워낙 투자 속도나 규모가 공격적이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장비 업계 등에 따르면 BOE의 단기적인 투자 목표는 2018년 초까지 월 4만5000장 규모의 OLED 라인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미 증착장비 등 전공정 장비 일부는 4만5000장에 대한 발주가 모두 나간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중소형 OLED 양산에 처음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큰 선택이다. 특히 BOE는 앞서 OLED 파일럿 라인인 B6(오르도스)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만약 2018년 초까지 설립한 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면 장기적으로는 10만장 규모까지 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부 내륙지역인 쓰촨성 면양에 중소형 OLED 라인을 신설하기 위해 B11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BOE의 강점은 정부의 든든한 자금 지원과 양산 라인 구축 경험을 가진 인력이다. 현재 BOE의 B7 라인 셋업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력들은 대부분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급 출신이다. 올 초부터 발주를 내고 있는 OLED 장비 중 핵심 전공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수주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BOE는 B7 장비반입 시점을 오는 11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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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가 지난 5월 발주한 OLED 장비 내역. /KIPOST


이상 삼성⋅LG디스플레이와 BOE 3사의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치면 최대 33만장 분량이다. 통상 1만5000장 투자에 2조원 가량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3사의 투자 금액은 최소 40조원을 넘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 역시 중소형 OLED 양산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인 김우식씨를 CEO로 임명하고, 장비 업체들과 입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업계서는 내년께 월 3만장 정도의 투자에 나설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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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가 지난 7월 발주한 OLED 장비 내역. /KIPOST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 OLED로 권력이동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 무게중심을 LCD에서 OLED로 완전히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 비중은 10%(약 2억5000만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저온폴리실리콘(LTPS)⋅비정질실리콘(a-Si)이 적용된 LCD였다.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가 LCD 대비 열세였던 것은 약 15~17% 정도 생산비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4년 3분기 기준 5인치 FHD급 OLED의 생산 원가는 20달러 정도로, 17달러 수준이던 LTPS LCD 대비 3달러 가량 비쌌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OLED와 LCD의 생산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미 작년 3분기에 OLED와 LCD의 생산 원가 차이가 1% 내외로 좁혀진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한 라인들이 2017년 초부터 양산 가동되면, OLED 생산비는 더 싸질 여지가 크다. 산업 전반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서 관련 소재⋅부품 원가도 내려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OLED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스마트폰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이제 LTPS LCD는 중저가 이하 스마트폰에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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