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투자를 추진 중인 중국 BOE가 숨고르기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전공정은 물론 후공정 장비까지 잇따라 발주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버금가는 민첩성을 보여줬으나, 좀 더 조심스럽게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앞서 파일럿 라인인 B6에서 경험한 처절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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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OE 본사 전경. /BOE 제공

 



 

 

스케줄 2~3개월 순연될 듯



BOE가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부분은 역시 증착 공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양산성이 검증된 일본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지난 2월 발주했지만, 이것이 곧 양산 안정화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BOE의 자금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징 시 정부 측에서 앞서 B6 투자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방안을 요구하면서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B6는 BOE가 네이멍구 자치구인 오르도스 지역에 건설한 5.5세대(1300mm X1500mm) OLED 파일럿 라인이다. 당시 국내 업체인 SNU프리시젼의 증착장비를 도입하면서 향후 양산라인 공급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그러나 B6 라인은 증착장비 수율이 40~50%를 밑돌면서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로 끝났다.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당시 증착장비와 섀도마스크 간의 정렬(얼라인먼트)이 맞지 않아 수율이 기준치를 밑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착장비와 섀도마스크 간의 정렬은 공정 조건에 따라 인장기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상단 자석의 위치를 제각각 옮겨주는 등 레시피 데이터가 필수다. OLED 양산 경험이 없던 BOE나 5.5세대 증착기 양산 공급 경험이 없던 SNU프리시젼 모두 레시피 데이터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5.5세대 파일럿 라인 가동도 실패한 상황에서 6세대 양산 라인 가동 성공은 더욱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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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증착 공정을 설명한 그림.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섀도마스크다. /SNU프리시젼 제공 

 



BOE, 국내에 엔지니어 100여명 파견



최근 BOE는 국내에 100여명의 엔지니어를 파견해 증착장비 수율 안정화를 위한 검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OLED 공통층 및 발광층 재료업체가 보유한 소형 R&D 설비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료 업체들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오랜 기간 R&D를 진행해온 만큼 증착장비 운영 노하우를 일부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업계서는 BOE가 2~3개월 정도 투자 스케줄을 순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증착 및 레이저 장비 등을 모두 발주해 놓은 상태서 마냥 일정을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증착 장비 검증을 마치고, 향후 일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초 BOE의 B7 라인 셋업 완료는 내년 2분기, 양산 시점은 내년 말이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내후년 초로 양산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 이는 선두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나 중소형 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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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롤러블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제공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장비 발주가 나간 만큼 BOE가 장기간 스케줄을 미룰 가능성은 없다”며 “증착장비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2~3개월 안에 다시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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