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에서는 ‘골드 러시’ 열풍이 강하게 일었다. 

 

서부 지역에 금맥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찾아 동부에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했다. 

 

그러나 금맥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실 금맥을 찾아 돈을 번 사람들보다 골드러시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청바지와 채굴 장비를 판매한 사람들 중 부자가 더 많이 나왔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붐이 유례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AM OLED를 채택하기로 한 덕분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TV에도 OLED가 본격 적용되고 있다. 이번 OLED 설비 투자가 슈퍼 사이클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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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THK 부품. /삼익THK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부분 제조업 설비 투자가 급속도로 둔화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OLED 투자 붐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아트론, 테라세미콘, AP시스템, HB테크놀로지, 제이스텍 등 관련 업체들이 급부상한 배경이다. 에스에프에이, 신성에프에이, 톱텍 등 자동화 설비 업체들도 OLED 투자 슈퍼 사이클의 핵심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OLED 슈퍼 사이클 1차 수혜 업체들은 이미 윤곽이 나왔다. 이제 시장의 관점은 2차 수혜가 어떤 업체로 쏠릴지로 옮겨가고 있다. 

 


▲자동화 설비 핵심 부품인 리니어모션(LM) 가이드

 

 

 

삼익THK, OLED 투자 봇물로 자동화 장비용 LM 가이드 날개 돋친 듯 팔려



OLED 투자 붐이 시작될 때만 해도 삼익THK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OLED 관련 업체라도 생각하지도 못했다. 

 

스포트라이트는 OLED 전공정에 쓰이는 장비 업체에만 쏠렸다. 그러다 에스에프에이, 신성에프에이, 톱텍 등 자동화 설비 업체들이 OLED 투자 수혜 2차 효과가 부각됐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바로 삼익THK가 공급하는 부품이 없으면 자동화 설비 장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할 AM OLED 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설비만 해도 6세대 기준 월 90만장에 이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향 추가 투자 규모도 월 45만~60만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아이폰 물량을 잡기 위해 6세대 기준 월 60만장 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TV향 대면적 W OLED 제조용 8세대 투자 규모도 월 3만~4만장 수준에 이른다. 

 

물류 등 자동화 설비 공급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OLED는 기존 LCD 대비 훨씬 얇고 민감하다.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부품도 최고급을 쓸 수밖에 없다. 

 

삼익THK는 자동화 설비 제조에 쓰이는 리니어모션(LM) 가이드를 주로 생산한다. 유리기판 같이 무거운 제품을 올려도 장비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설비 핵심 부품이다. 

 

국내 LM 가이드 시장 점유율은 50~60% 수준으로 추정된다. OLED 투자 붐으로 자동화 설비 수요가 늘면서 지난 3월부터 공급 부족 사태가 본격화됐다. 회사 측은 3월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해 생산 라인을 풀 가동 중이며, 인력도 상시 채용하고 있다. 

 

삼익THK 외에도 LM 가이드 등 자동화 설비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있다. 그러나 고가 자동화 설비용 부품은 삼익THK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다. 정밀 기계와 베어링 등 기초 기술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 덕분이다.  

 

OLED 패널 업체들은 삼익THK 부품을 채택한 자동화 장비를 상당히 선호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스마트폰∙자동차 제조 라인에도 삼익THK LM 가이드가 쓰인다. 

 

삼익THK의 모태는 1960년 창업한 삼익공업이다. 원래 산업용 줄을 만들다 쌀통 제조 사업을 하기도 했다. 이후 자동화 설비 시장을 주목했고, 일본THK로부터 8년 동안 LM 가이드를 수입하면서 기초 기술을 닦았다. 90년대 초 일본THK가 기술 및 자본을 투자하면서 삼익THK로 환골탈태했다. 아직 일본THK 지분율은 33.3%다.

 

일본THK는 경영 참여보다는 배당 수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익THK 배당성향이 높은 이유다. 

 

 

▲삼익THK가 개발한 6축 다관절 로봇


 

 

삼익THK, 다관절 로봇 국산화로 회사 구조 바꾼다



삼익THK는 LM 가이드 등 장비 부품 업체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관절 로봇 국산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LM 가이드 등 주력 사업이 당분간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체력이 있을 때 회사 체질을 바꾼다는 전략이다. 진영환 삼익THK 회장의 숙원 목표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손잡고 6관절 로봇 국산화에 착수했다. 

 

삼익THK는 로봇 설계 및 상품화를 맡았다. 삼성전자는 로봇 제어와 센서 기술을 제공했을뿐 아니라 내구성 신뢰성 테스트도 해줬다. 한국로봇산업융합연구원은 실용화 기술과 장비 지원, 기술 자문 등으로 뒷받침했다. 

 

6축 다관절 로봇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제품 생산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됐지만, 상업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신뢰성을 더욱 높여야 하고, 가격 경쟁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

 

삼익THK는 연내 삼성전자 제조 라인에 다관절 로봇을 우선 공급한 후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에도 납품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도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다관절 로봇 국산화에 나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레퍼런스만 확보하면 중국, 인도, 베트남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적용 영역을 IT뿐 아니라 중공업∙바이오∙방위산업∙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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