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기 아이폰과 관련해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보여 왔던 밍치 궈 KGI 증권 연구원이 “애플이 2017년 5.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아이폰을 준비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궈 연구원은 “애플이 2019년 이전 아이폰에 OLED를 채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4개월 만에 자신의 입장을 전면 수정한 셈이다.

 

이번에 그는 OLED 수급이 원활하다는 가정 하에 애플이 2017년 4.7인치 LCD 모델과 5.8인치 OLED 모델 두 종류로 나눠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OLED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4.7인치 및 5.5인치 LCD 모델을 매스(mass) 모델로 깔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5.8인치 OLED 제품을 곁들일 것이라고 봤다. 

 

어느 쪽이든 애플이 내년에 5.8인치 OLED가 적용된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KIPOST가 보도한 <삼성⋅애플 합작 투자 규모 확정⋯A3 1라인의 6배>에 기재된 내용과 부합한다.

 

KIPOST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장비 발주 현황과 향후 생산 스케줄을 토대로 5.8인치 OLED 아이폰 출시 시나리오를 추정해봤다.

 

 

6세대 OLED 기판 한 장에 5.8인치 180여개 생산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2017년 하반기까지 몇 대의 OLED를 공급할 수 있을 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6세대 원장에서 5.8인치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지 추정해야 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주력 생산 공장인 A2는 5.5세대(1300mm X 1500mm) 기판에서는 5.1인치 OLED 패널을 200개(면취율 75% 가정) 정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수율을 고려하지 않은 최대치다.

 

그러나 애플에 공급할 OLED는 지난 1월에 발주가 난 6세대(1500mm X 1850mm) 장비에서 생산된다. 원장 크기가 42% 정도 크다. 여기서 5.1인치 보다 큰 5.8인치 패널을 생산한다면, 산술적으로 226개(동일 면취율 가정)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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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인치별 가로⋅세로 길이 가정. /KIPOST

 

 

이 역시 수율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의 수율은 75~85%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80% 라고 보면 원장 1장 당 180여개의 5.8인치 OLED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장 넓이가 42% 넓어졌지만, 패널 면적도 27%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6세대 1개 라인에 월 1만 5000장의 원장이 투입되므로, 1개 라인에서 최대 월 270만개의 5.8인치 OLED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상반기 중, 5.8인치 월 540만개 공급 능력 갖출 듯

 

 

남은 과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라인으로 꾸리고 있는 OLED 라인의 램프업(생산량 증대) 시기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A3 1라인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A3 1라인은 증착기 발주부터 장비 입고까지 약 1년 정도가 걸렸다. 장비 입고 시점은 2014년 10월인데, 실제 양산 시작은 반년 뒤인 2015년 5월이었다. 

 

A3 1라인이 원판 투입량을 최대로 늘린 것은 그로부터 또 5개월이 지난 10월경으로 추정된다.

 

정리하면 장비 발주부터 초도 생산까지 1년 반, 램프업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6세대 라인을 한 번 셋업한 경험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보다 더 짧은 기간 내에 램프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1년 반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 지난해 12월 발주가 난 월 3만장 규모의 증착장비가 양산을 시작하는 시점은 2017년 2분기, 램프업은 3분기가 된다. 스케줄을 최대한 앞당기면 상반기 안에 양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애플이 2017년 9월에 내놓을 신제품에 간신히 공급할 수 있는 시점이다. 애플은 4월 정도에 신제품 출시를 위한 소재⋅부품 발주에 들어간다. 6세대 월 3만장은 5.8인치 OLED 540만개 분량이다.

 

SDC-애플 투자 스케줄.jpg

 

 

LG디스플레이가 지원해도 메인 모델 힘들어

 

 

그러나 월 540만개의 OLED는 메인 모델로 준비하기에는 부족한 분량이다. 애플은 매년 9월 출시되는 아이폰 재고 확보를 위해 월 2000만개 분량의 소재⋅부품을 주문한다. 월 1000만개 분량을 확보해야 메인 모델 한 축을 지탱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경북 구미 E5 라인에서 5.8인치 OLED를 생산한다고 해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E5 라인은 원판 투입량이 월 7500장에 불과하다. 

 

같은 계산이라면 월 130만개 정도를 지원해줄 수 있지만, 6세대 적녹청(RGB) OLED 양산 경험이 없는 LG디스플레이로서는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나 일본 JDI 역시 2017년 상반기까지 OLED 양산 능력 확보 가능성은 미지수다.

 

남은 대안은 OLED 아이폰을 제 3의 프리미엄 모델로 내놓는 방법이다. 밍치 궈 KGI 연구원 설명대로 기존처럼 4.7인치 및 5.5인치 LCD 모델을 출시하고, 5.8인치 OLED 아이폰을 곁들이는 식이다.

 

산술적으로 월 650만개 정도의 OLED 패널을 수급하면 된다. 650만개는 삼성디스플레이 단독으로도 공급할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로 이원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에 OLED를 꼭 적용해야만 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 경우,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진영으로서는 1년 더 시간을 벌게 된다. 다만 세계서 LTPS LCD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고객(애플)의 수요가 3분의 2로 급감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애플 아이폰. /애플 홈페이지 캡처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처음 역성장할 것을 감안하면 애플의 선택은 간단하다. OLED 스마트폰이다. 

 

당초 애플은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을 염두에 두고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하려 했으나 삼성전자조차도 폴더블 스마트폰 2017년 양산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양산에 앞서 사이드 엣지 타입으로 OLED를 연습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이폰 판매량 감소 추이는 애플로 하여금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든다”며 “OLED는 아이폰이 다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있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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