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회사가 일본 업체 두 곳이 과점 중인 이방성도전필름(ACF)용 도전볼 양산에 성공했다.  


ACF는 전자부품 회로와 회로를 이어 붙이는 접착 필름의 일종이다. 도전볼은 ACF의 전기 전도를 구현하는 핵심 소재로, 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현재 세키수이⋅니폰케미칼 등 일본업체가 세계 시장의 99%를 과점 중이다.

 

 

▲ACF용 도전볼 확대 사진. /엔트리움 홈페이지 캡처

 



ACF 원가의 20%, 도전볼 시장에 도전



차세대융합기술원 산하 벤처기업인 엔트리움은 최근 ACF 업체들과 도전볼 양산 공급을 적극 추진 중이다. 도전볼 시장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노력해왔던 ACF 업체들 역시 엔트리움 도전볼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전볼은 제조 기술이 워낙 까다로워 그동안 국산화에 번번이 실패했던 소재다. 전자 부품 사이를 이어주는 만큼 전기 저항이 낮으면서 수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크기로 균일하게 제조하는 게 중요하다.


도전볼의 내부는 폴리머 소재를 중심(코어)으로, 니켈과 금⋅은을 적절히 섞어 코팅해 제조한다. 니켈은 도전볼의 강도를, 금⋅은은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덧입힌다. 이때 각 금속이 모든 도전볼에 고르게 코팅되어야 크기가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도전볼 크기의 균일성은 단분산도(CV)로 측정하는데, CV값이 105면 가장 큰 도전볼과 가장 작은 것의 차이가 5% 정도 난다는 뜻이다. CV값이 크면 상대적으로 작은 도전볼이 두 부품 사이를 연결하지 못해 전기 전도성이 저하된다. 


통상 CV값이 105 이하여야 양산 공급이 가능하다. 엔트리움의 도전볼 CV 값은 103~103.5 정도다. 이는 세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는 세키수이⋅니폰케미칼 제품과 대등한 수준이다.



2000억원 시장, 10~20% 점유 목표



도전볼의 공급 사슬(SCM)은 단순한 편이다. ACF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일본 히타치와 덱세리얼즈에 도전볼을 공급하면, 두 회사가 ACF로 만들어 전자부품 회사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ACF 시장은 1조원, 도전볼 시장은 약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두 회사가 시장을 장악해 온 탓에 도전볼은 1g 당 3만원 안팎의 고가에 거래된다. 엔트리움은 니폰케미칼⋅세키수이 대비 30% 낮은 가격에 도전볼을 공급할 예정이다.


시장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도전볼 시장 과점 체제 탓에 골머리를 앓아 왔던 히타치⋅덱세리얼즈가 신규 업체를 추가하는 데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엔트리움은 현재 하루 8시간 가동을 기준으로 1kg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억원, 2016년 매출 목표는 손익분기점(BEP)인 25억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의 10~20%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3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18억원 규모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도 수주했다.


정세영 엔트리움 사장은 “우선 도전볼을 통해 소재 업체로서 안정된 사업기반을 다진 후 모바일용 방열소재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ACF란?


이방성도전필름(ACF)은 전자부품의 회로와 회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접착제다. 

 

주로 LCD 모듈 내에서 연성동박적층필름(FCCL)과 구동칩을 연결하는 칩온필름(COF) 공정과 유리기판 자체에 구동칩을 연결하는 칩온글라스(COG) 공정에 사용된다. 터치스크린패널에 각종 회로를 이어붙이는데도 ACF가 쓰인다.


ACF 내에서 실제 전도성을 구현하는 소재는 도전볼로, 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1g 당 가격이 3만원에 달할 만큼 고부가가치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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