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상반기 간판사업인 TV사업마저 부진을 겪으면서 회사 내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연말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지만 실적은 하향 추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다. 특히 TV사업은 LG전자 내부적으로는 자존심이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


피처폰 이후 LG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공 사례가 없었다. 한국은  스마트폰 제조강국이지만 전자업계 2위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지 못했고 이제 스마트폰 제조 중심은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넘어갔다.  


반면 TV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해왔고 수익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이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도 LCD 패널 세계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다.

 

 

보급형 TV 판매 축소로 매출 직격탄


LG전자는 상반기 전체 TV를 4800만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출하량 기준 약 3800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 전체 수요가 줄어든데다 중국 제조사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량은 물론 수익까지 급감했다.


특히 LG전자 매출액의 30% 가량을 차지하던 러시아와 중남미쪽은 환율 강세를 띠면서 HD⋅FHD TV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1분기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매출액은 4조4367억원, 영업이익은 62억원 적자를 냈고 환율 강세가 이어진 2분기는 매출액 3조9348억원,  영업적자는 827억원으로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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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보급형 TV사업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 루블은 여전히 1루블당 20원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브라질 레알화는 1레알당 330원대로, 두 지역 모두 지난해 8월에 비해 20% 가까이 낮다.


중국 TV 업체들이 보급형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이어가면서 수요와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IHS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제조사의 TV시장 점유율은 26.9%로, 지난해 말 21.8%에서 대폭 올랐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보급형 TV 가격을 내렸다. 중국 제조사와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이 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TV, 수요 없는데 소재 공급도 차질

  

LG전자는 지난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세계 처음 출시하는데 성공하면서 확실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해 초고선명(UHD) TV 이후 고급 TV 마케팅 측면에서도 뒤늦게 퀀텀닷(QD) TV를 내놓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섰다.


보급형 시장에서 가격 경쟁 때문에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LG전자는 상반기 프리미엄TV 고가격 정책을 썼다. 평면 UHD OLED 55인치 TV는 5499달러(약 640만원)에, 66인치는 8999달러(약 1047만원)에 선보였다.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OLED TV는 국내에서 1만5000대 팔리는데 그치는 등 아직까지는 뚜렷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고급형 TV 투트랙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LG전자는 상반기 OLED TV, 하반기 퀀텀닷 TV를 출시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목표였다. OLED TV뿐만 아니라 퀀텀닷 출시에도 성공해 양산 능력면에서 삼성전자를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는 묘수였다.


LG전자에 퀀텀닷 LCD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퀀텀닷 패널 생산 시기를  3분기 이후로 미뤘다.


퀀텀닷 패널은 기존 디스플레이 모듈에 퀀텀닷 물질을 증착한 필름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LG디스플레이는 6월부터 다우케미칼로부터 퀀텀닷 필름을 공급받기로 하고 초도 물량 중 약 30%를 선구매했다. 다우케미칼은 지난 연말 천안에 퀀텀닷 전용 공장을 짓고 필름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퀀텀닷 필름 수율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퀀텀닷 원재료 공급사 나오코와 다우케미칼이 서로 공방을 벌이면서 필름 공급은 더욱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 감소 때문에 LG전자가  추가 양산 라인을 늘리지 않으려고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삼성 vs LG 고급형 TV 전략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면적 TV 전략은 양사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개발 속도, 전략과 맞물려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OLED(WOLED) 기술로 대면적 OLED 패널 양산성을 확보한 덕에 OLED TV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흰색 OLED를 발광층으로 사용하고 적록청흰(RGBW) 컬러필터를 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대면적 OLED 디스플레이 양산을 포기했다. OLED 셀(Cell)이 적록청(RGB) 색상을 구현하는 삼성의 기술로는 OLED 수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대신 OLED TV에 비해 공정 개발기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퀀텀닷 TV를 대항마로 내놨다.



<RGB OLED와 WOLED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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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LG디스플레이)




퀀텀닷은 디스플레이 모듈 안에 퀀텀닷 필름을 끼워 넣어 색재현율을 높이는 기술로, 선명하고 자연색에 가까운 OLED 패널처럼 색재현율을 100%로 높여 선명한 색상을 구현해준다. 필름을 하나 더 써야 해 두께가 늘어나고 제조단가가 LCD에 비해 비싸지지만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해 제조단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데다 OLED TV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다.




<퀀텀닷 디스플레이 구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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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나노코 웹사이트)



서로다른 기술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한 두 회사는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퀀텀닷 필름 확보에 나섰고, 논카드뮴 소재를 공급하는 다우케미칼과 손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한솔케미칼, 아이포트폴리오와 손잡고 직접 퀀텀닷 필름을 개발한 것과 비교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투트랙 전략과 더불어 삼성전자 견제용으로 일단 공급망(SCM)을 갖춰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양산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RGB 발광재료를 기판 위에 직접 패터닝하는  파인메탈마스크(FMM) 증착 기술을 응용한 대면적 OLED 기술 개발부서를 운영하면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55인치 OLED 수율 80% 육박, LG전자 TV 반등 키 되나


LG전자는 TV사업 반등을 위해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고 동시 출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 말 OLED TV 라인업을 두 배로 확충해 10종을 국내부터 한꺼번에 출시했다. 2분기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재고조정을 하면서 미리부터 하반기 총력전도 준비해왔다.


배경에는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공정 수율 향상이 있다.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 OLED 디스플레이 수율을 80% 가깝게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65인치, 75인치 대형은 아직 50% 내외에 머물러 있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수율이 높아지면서 라인업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LG전자는 주력인 55인치 곡면 UHD OLED TV는 가격을 540만원으로, 55인치 곡면 FHD OLED TV는 369만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가격을 절반 이상 내리고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55인치 OLED TV 판매 목표도 50만대로 늘려잡았다. 수요 창출을 위해 가격을 떨어뜨린만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84인치 OLED TV 패널도 제작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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