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과정에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앞서 경기도 파주 TV용 OLED 라인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이후, 베트남 OLED 모듈(본딩) 라인 설계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그룹내 각종 인프라 구축 사업에 소재⋅생산기술원을 활용하면서 향후 소재⋅생산기술원을 단독 사업화 하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한 식구라는 점에서 소재⋅생산기술원 역할 확대에 대한 외부 협력사들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PRI, E4 설계부터 납품까지 일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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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E4 라인은 P9 공장 내에 위치해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은 신소재 개발을 담당하는 소재기술원과 공정 및 장비개발을 담당하는 생산기술원(PRI)을 합쳐 지난해 연말 신설됐다. 


이 중 PRI는 2012년부터 LG그룹 내 장비 개발과 구매를 담당하는 창구 역할을 자임해 왔으며, 결정적으로 경기도 파주 E4 라인 구축 때 두각을 드러냈다. E4는 E3에 이은 LG디스플레이의 두 번째 TV용 OLED 패널 생산라인이다. 8세대 기판 투입 기준 2만6000장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PRI는 E4가 처음 구축될 때부터 라인의 전반적인 설계를 담당했다. 진공 장비들과 봉지(인캡) 장비는 협력사를 통해 조달했는데, 물류 등 비핵심 장비는 직접 제작해 공급까지 완료했다. 

  

현재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고 있는 홍순국 사장을 필두로 정수화 상무, 김상렬 상무 등은 OLED 장비 부문에서 외부 전문 업체 못지 않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정수화 상무가 진공장비와 정밀가공 장비 부문에서, 김상렬 상무는 봉지 장비 구매 결정에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화 상무는 지난해 연말까지 검사계측장비 분야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홍 사장은 최근 OLED 유기물 증착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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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 /LG전자 제공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의 베트남 하이퐁 OLED 모듈 공정 라인 구축에도 PRI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 OLED 모듈 공정은 인캡까지 끝낸 OLED 패널에 인쇄회로기판(PCB) 등 부품을 접합하는 과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서 생산한 중소형 OLED 패널을 베트남으로 보내 모듈 공정을 거친 후 고객사에 인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소재 부문을 뺀 PRI 부문 매출만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중국 등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까지 영업 범위를 넓히고 있어 향후 분사 가능성까지 점쳐진다”고 말했다.



협력사들은 긴장



그동안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해왔던 협력사 입장에서는 소재⋅생산기술원의 부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소재⋅생산기술원과 직접 경합하는 장비를 만드는 쪽에서는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한 식구라는 점에서 신경쓰는 눈치다. 소재⋅생산기술원이 마치 삼성디스플레이와 세메스의 관계처럼 발전할까 우려한다. 세메스는 삼성디스플레이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91.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재⋅생산기술원의 외주 제작사로 참여하는 쪽도 과거에 비해 마진이 줄어들까 우려한다. 하청의 재하청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LG디스플레이와 직거래 할 때와 비교해 마진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소재⋅생산기술원의 구매력이 커질수록 가격 조건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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