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경북 구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E5)에 국산 증착장비를 발주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캐논도키(Canon Tokki)에 대규모 증착장비를 선(先)주문한 탓에 캐논도키가 LG디스플레이에 미처 대응을 못해줄 형편이기 때문이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이르면 2017년, 늦어도 2018년 OLED를 아이폰에 도입할 전망이어서 투자 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OLED용 증착장비는 캐논도키가 사실상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 중소형 양산 라인에 국산 OLED 증착장비가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 선익시스템에 OLED 증착장비 발주



LG디스플레이가 E5 라인 증착장비 공급사로 선정한 곳은 국산 OLED 업체인 선익시스템이다. 선익시스템은 LCD 모듈 검사장비 업체인 동아엘텍의 자회사다. 실적 부진 탓에 사모펀드, 디엠에스 등에 매각됐다가 동아엘텍이 2011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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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익시스템이 개발한 OLED 증착장비. /선익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선익시스템이 공급키로 확정된 물량은 6세대(1500mm X 1850mm) 원판 투입 기준 월 7500장 규모다. 6세대 원판을 둘로 자른 뒤, 유기물을 증착하는 2분할 방식 장비다. 


2분할 증착은 유기물 패턴 형성에 쓰이는 파인메탈마스크(FMM)가 무게 때문에 아래로 처지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장으로 자르더라도 스마트폰은 물론 TV용 패널 생산도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충남 아산시 탕정에 위치한 A3 라인을 2분할 방식으로 가동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E5 라인 외에 파주 P10 공장에도 중소형 OLED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데, 여기에도 선익시스템 장비를 발주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서는 LG디스플레이 P10 공장에 스마트폰 및 TV용 OLED 라인이 동시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중소형 OLED는 6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 규모의 라인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소형 OLED 라인에 4조원의 투자금이 집행된다. LG디스플레이가 P10 공장에 투입키로 한 금액은 약 10조원, 현재 부지 조성과 건물 건설용으로 1조 8400억원만 책정됐고 나머지 8조원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OLED 증착 장비 국산화, 불가피한 선택



LG디스플레이가 E5 라인 증착장비로 국산 제품을 쓰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까지 캐논도키 물량을 선주문한 상황에서 증착장비 때문에 투자 시점을 더 늦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KIPOST 2016년 1월 19일자 <LGD, OLED 증착장비 수급 난항...日 도키 "17년 11월까지 못 줘"> 참조).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이르면 2017년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할 예정인데, 올해 1분기 내에 라인 구축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년에 애플에 OLED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 중소형 OLED 라인 구축은 장비 반입에 통상 1년, 양산 안정화에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경기도 파주 4.5세대(730mm X 920mm) 라인(AP2-E2)에서도 중소형 OLED를 생산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소량에 불과하다. ‘애플워치’와 LG전자 스마트워치 ‘어베인’, 올해 4분기 샤오미향(向) 스마트폰 OLED를 생산하기도 벅차다.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5인치 기준 월 300만개 규모(점유율 20% 가정)의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 6세대 1개 라인(월 1만 5000장)을 100% 가동해도 수율을 감안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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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E5는 물론, 파주 P10 공장에도 선익시스템의 증착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이 장착된 OLED TV. /LG전자 제공



“캐논도키 의존도 낮추려는 의도도 있어”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이 참에 캐논도키 의존도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은 이미 A3 라인은 물론 A2의 1~7번 라인까지 모두 캐논도키 증착장비가 적용돼 있어 타사 장비를 도입하기에는 위험이 크다. 캐논도키 FA(Field Application)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쌓은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도 적지 않게 축적됐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AP2-E2 2개 라인에만 캐논도키 장비가 들어와 있을 뿐, TV용 OLED를 생산하는 E3⋅E4에는 야스의 증착 장비가 가동 중이다.


처음부터 선익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양산 안정화만 시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벤더(캐논도키)를 공유하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소재⋅생산기술원 차원에서 OLED 증착장비 내재화(자체생산)를 추진 중인 LG그룹 입장에서도 외산 장비 회사보다는 국산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물론 이는 E5 및 P10 중소형 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됐을 때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증착장비는 워낙 중요하고 민감한 장비”라며 “캐논도키 FA 지식이 많은 삼성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를 쓰는 이점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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