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애플 전용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국산 장비 발주에 들어갔다. 


지난달 일본산(産) 유기물 증착 장비 발주에 이어 광학검사(AOI)장비⋅레이저어닐링(ELA)장비 까지 본격 발주함으로써 신규 투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OI⋅ELA 장비 발주 ‘스타트’



12일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제조업체 HB테크놀러지는 394억원 규모의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고객사 요청에 의해 3월 30일까지 공개를 유보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 AP시스템도 이날 공시를 통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P시스템은 계약상대방은 물론 계약금액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역시 오는 3월 30일 이후 계약 상대방과 계약 금액을 밝힐 계획이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HB테크놀러지와 AP시스템은 각각 AOI 장비와 ELA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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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테크놀러지가 생산한 OLED용 AOI 장비. /HB테크놀러지 홈페이지 캡처



삼성디스플레이 OLED용 AOI는 당초 이스라엘 오보텍과 HB테크놀러지가 경쟁하며 공급해왔다. 지난 2012년 오보텍이 삼성디스플레이 OLED 기술을 해외 유출한 혐의를 받게되면서 HB테크놀러지가 사실상 독점 공급사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394억원은 6세대(1500mm x1850mm) 원판 투입기준 월 3만장 규모 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이 올해 총 9만장 규모의 전용 라인을 구축키로 한 만큼 향후 비슷한 규모의 발주가 2번 더 진행될 전망이다.


AP시스템은 OLED의 TFT로 쓰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용 ELA 장비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ELA는 LCD와 OLED 제조 공정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비정질실리콘(a-Si)이 증착된 기판에 ELA로 강력한 레이저를 조사해 결정화를 시켜주면 LTPS 기판으로 바뀐다. LTPS는 a-Si에 비해 전자이동속도가 100배 이상 빨라 스마트폰 고화질 구현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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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S용 레이저 어닐링(ELA) 개념도. 비정질실리콘(오른쪽)이 폴리실리콘(왼쪽)으로 결정화되는 모습. /AP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모바일) OLED에는 100% LTPS 기판을 사용하고 있다. ELA 장비 중요도가 그 만큼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1일 AP시스템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AP시스템 2대 주주에 등극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전환 가능 채권 380만2071주 중 228만7757주 전환을 신청해 다음 달 1일 받게 된다. 최대주주인 정기로 대표의 지분율(9.77%)과는 불과 0.37% 차이(9.4%)다.


AP시스템으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로 등극한 점이 ‘양날의 검’이 될 소지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물량은 훨씬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겠지만, 향후 국내외 다른 제조사와의 공급 계약에서는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처리⋅LLO⋅모듈 장비 추가 발주할 듯



삼성디스플레이는 AOI⋅ELA 외에도 이달 안에 나머지 국산 장비 업체들에 대한 1차 발주(6세대 월 3만장 분량)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증착⋅AOI⋅ELA 발주사 윤곽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는 탈수소화열처리 장비와 레이저 탈착(LLO) 장비, 모듈 장비에 대한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탈수소화열처리 장비는 ELA 공정시 공정 효율을 높여주는 설비다. 기존 삼성디스플레이 A3 1라인에는 테라세미콘이 관련 장비를 납품했으나, 최근에는 비아트론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폴리이미드(PI) 레진 경화장비 공급 부문에서도 경합 중이다. 


이 밖에 LLO 장비 부문에서는 AP시스템과 이오테크닉스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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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텍이 생산한 모듈 장비. OLED와 PCB를 본딩하는데 사용된다. /제이스텍 홈페이지 캡처



OLED와 인쇄회로기판을 연결해주는 모듈(후공정) 장비는 제이스텍(구 AST젯텍)과 톱텍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 장비는 전공정에 비해 기술 난이도는 높지 않으나 납품 단가는 작지 않다. 월 6세대 원판 1만5000장을 처리하는데 700억원~800억원 정도의 설비 투자가 들어간다. 증착⋅열처리⋅AOI와 달리 유지보수 수요도 많아 매출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OLED 모듈 장비는 제이스텍이 60~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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