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구매팀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수장이었던 최승하 부사장이 대외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기승 구매담당 상무가 구매팀장을 맡게 됐다. 


이 상무가 맡던 자재구매는 감사팀 출신의 안재용 상무가 승진하면서 자리를 이어받았다. 설비구매 담당은 이광수 상무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 결과를 놓고, 전반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구매팀 위상이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수장이 부사장에서 상무로 격하됐기 때문이다. 


상무가 삼성디스플레이 구매팀장을 맡는 건 지난 2007년 당시 구매팀장이던 김명국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이후 10여년 만이다. 10년 전 삼성전자 LCD총괄 매출이 10조원을 갓 넘긴 것과 비교하면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연간 매출은 30조원에 육박한다.


구매팀 편제 자체도 기존에는 독립 조직을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지원본부 아래로 들어갔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수장의 직급만 놓고 보면 과거 최승하 부사장과 비교해 구매팀 실권이 약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구매팀은 과거 삼성전자 LCD총괄이 일본⋅대만 LCD 업체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LCD는 기판유리부터 백라이트유닛(BLU)에 들어가는 필름⋅광원⋅섀시 등 수백가지 자재가 필요한 만큼 방대하고 미세한 공급사슬관리(SCM)가 필수다.


구매조직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사를 발굴하고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해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를 ‘구매의 예술화’라고 표현했다. 


LCD 업황이 부진할 때는 강도 높은 단가 인하를 강행한 탓에 협력사들의 원성을 받기도 했지만, 삼성의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에 한 축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구매팀 위상 축소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로 사업을 재편하는 전략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LCD 경쟁력이 SCM에서 온다면 AM OLED 제조 경쟁력은 공정 기술에서 비롯된다. 자재를 1원이라도 더 싸게 사는것 보다는 공정 속도와 수율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LCD대비 AM OLED는 쓰이는 자재 종류도 제한적이다. BLU 모듈이 필요 없고 적⋅녹⋅청(RGB) 증착재료와 폴리이미드(PI), 봉지재 정도가 주요 자재로 쓰인다. 협력사 개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세트 조립에 속하는 무선⋅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구매팀장을 각각 부사장이 맡고 있는 것과 달리, 반도체사업부가 속한 부품(DS)부문은 전무가 구매팀장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 방향이 LCD에서 AM OLED로 이동하고 있다면, 향후 구매에 비해 공정의 중요성이 훨씬 강조될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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