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이노텍이 부진을 거듭 중인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LG이노텍이 지난 3개월 간 LED 사업부 경영진단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한편, 삼성전자 LED 사업부는 오는 11월 말로 잡힌 경영진단 이행 보고가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LG이노텍, LED 경영진단 마무리 “분사⋅매각 없던 일로”

 


LG이노텍은 지난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LED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마무리했다. 이번 경영진단의 초미의 관심사는 LED 사업부의 분사 혹은 매각 여부였다. LG이노텍 LED 사업부는 지난 2010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최근 전방 산업인 TV 시장 불황 탓에 실적 개선 전망이 더욱 어둡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영진단 이후 LG이노텍이 LED 사업부를 분사 혹은 매각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실제 LG이노텍은 LG그룹 방계인 희성그룹에 LED 패키지⋅모듈 사업을 넘겨 오버헤드(간접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성그룹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본능⋅본식 형제가 회장⋅부회장을 맡고 있다.


희성그룹의 경우 LG디스플레이의 백라이드유닛(BLU) 협력사로, 이미 LED 사업에 발을 담궜고, LG그룹에 비하면 덩치도 작아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그러나 희성그룹 역시 TV 시장 업황 부진 탓에 실적이 좋지 못하고, LED 사업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사업 이관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은 최근 3개월간의 경영진단을 끝내고 향후 LED사업부 자력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LG이노텍 경기도 파주 LED공장 준공식.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 관계자는 “경영진단 기간 LED 사업 처리 방향을 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나 분사나 매각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이제 비용을 최대한 줄여 가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당분간 대규모 LED 부문에 대규모 투자나 구조조정 없이 ‘버티기’ 기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광주광역시 LED 공장을 폐쇄하고 MOCVD 장비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도 비용 절감 차원이다. LG이노텍은 당분간 경기도 파주에 남은 MOCVD 장비만으로 전(前)공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LED 사업부, 11월이 중대 고비



한 고비를 넘긴 LG이노텍과 달리 삼성전자 LED사업부는 오는 11월 말로 잡힌 경영진단 이행 보고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LED사업부는 지난 2011년 경영진단을 실시했으며, 이후 매년 11월 말 그룹 경영진단팀에 이행보고를 해오고 있다. 경영진단 이행보고는 진단 종료 후 5년간 이뤄진다.


올해는 4년차로, 어느 때 보다 긴장감이 높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1분기 적자를 기록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아 LED 사업부 실적 역시 곤두박질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장동력으로 꼽혀온 LED 조명 시장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 2013년에는 11월 말 경영진단 이행보고가 미흡하자 12월 정기 인사에서 조명부문 임원 3명이 경질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LED 사업부 처리 방안을 놓고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검토 중이지만, 인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LED 사업부 관계자는 “대기업도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덩치가 작은 기업이 LED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자력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LED 업체들도 증설 여력 한계 


▲LED 생산 장비인 MOCVD. 경쟁적으로 MOCVD 증설을 추진하던 중국 LED 업체들이 최근 투자 한계에 부딪혔다. /엑시트론 제공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동안 LED 공급 과잉을 촉발 했던 ‘차이완(중국+타이완)’계 업체들의 투자 경쟁이 종식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100여대의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발주하며 LED 업계 치킨게임을 주도한 중국 사난은 올 하반기 예정됐던 추가 장비 발주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중국 LED 업계는 정부가 지급하던 보조금을 더 이상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투자 시점을 앞당겨왔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투자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LED 공급 과잉과 MOCVD 과잉 투자 부작용이 심화되자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나선 것이다. 타이완 에피스타와 중국 화찬세미텍(HCS) 역시 하반기 MOCVD 도입 계획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은 유휴 MOCVD 임대 서비스가 횡행할 만큼 공급 과잉이 극심하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투자에 나선 탓에 장비를 매각하지도 못하고, 임대 수익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수준이다. 


중국 LED 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는 MOCVD를 24시간 빌리는데 240달러 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한 시간에 10달러 정도라는 뜻으로, 사파이어웨이퍼⋅특수가스 등 부자재만 구매하면 MOCVD는 거의 무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후 실적 회복 중인 태양광 따라가나



LED 시장이 2010년 이후 동반 부진에 빠졌던 태양전지 시장을 따라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9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던 태양전지 시장은 2011년~2012년 사이 모듈 가격이 36% 하락할 정도로 극심한 공급 과잉에 시달렸다. 2011년 업계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53기가와트(GW)였지만 태양광 발전 수요는 27GW에 그쳤다.


이 때문에 2013년 전후로 많은 태양전지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인수합병(M&A) 이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업계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시행된 것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 업체였던 중국 선텍이 파산 이후 회생 절차를 밝고 있고, 독일 큐셀은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미국 솔린드라, 에버그린솔라, 스펙트라와트 역시 법원에 파산 신고를 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암흑기를 이겨낸 회사들은 올 들어 차츰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전지 모듈 가격 하락세가 한자리 수를 기록하면서 흑자를 기록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액 3억3800만달러, 영업이익 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분기 매출 3억3350만 달러, 영업손실 1730만달러와 비교하면, 매출은 1.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2월 통합법인 출범 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솔테크닉스는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19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43억원으로 늘었다.


태양광 업계의 이 같은 실적 회복은 세계적인 태양광 수요가 완만하게 늘어난데다, 2013년을 전후로 이뤄진 구조조정 덕분에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ED 업계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1~2년 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섰다가, 판로 개척에 실패하면서 도산하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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