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양산성이나 가격을 이유로 투자를 미뤄왔지만 LG디스플레이가 OLED TV 마케팅을 강화하는데다 중국 업체들도 하나 둘 OLED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술 방식 검토 끝내고도 투자 주저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중소형 패널에 쓰이는 파인메탈마스크(FMM) 방식을 변형한 스몰마스크스캐닝(SMS) 기술을 사용하기로 이미 결론을 냈다. SMS는 지난 2012년 55인치 OLED TV를 내놓을 때 사용했던 기술이다. 

 

SMS는 작은 크기의 마스크에 유리기판을 이동시키면서 적록청(RGB) 색상을 분할 증착하는 방식이다. FMM의 마스크 크기를 키우면 마스크 중간이 휘어지는 현상을 보완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옥사이드(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위에 화이트OLED(WOLED)를 증착하는 것과 달리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판을 이용해 생산단가는 다소 높지만 전기적 특성은 좋다.

 

삼성은 그동안은 LCD와 가격 차이와 양산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해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양산성 평가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면적 연구개발(R&D) 조직에 OLED 핵심 인력을 전부 재배치하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양산을 위한 준비는 끝낸 상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에 대한 고민은 TV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중국 OLED 투자 사이에서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는데 있다.

 

중국 업체 중 BOE, 비저녹스, EDO가 이미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고 LG디스플레이도 파주 E2 8세대 라인이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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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의 AM OLED 투자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양산, 나머지는 R&D 혹은 파일럿 라인이다. /KIPOST

 

LTPS 기판의 양산성을 확보하지 못한 중국 업체들의 패널 투입량은 아직은 극히 적다. 하지만 일단 양산에 돌입한만큼 채산성을 높이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OLED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가 3년 이내까지 좁혀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LG 출신 한국 엔지니어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다수 포진하고 있어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애플의 OLED 투자 전략에 따라 중화권 업체의 OLED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할 수도 있다. 일단 삼성⋅LG를 패널 공급 업체로 선정했지만 상황에 따라 중국이나 대만 쪽 업체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 OLED에 투자를 할 경우 라인당 투자금액은 약 1조원 가량이다. 

 

TV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VD사업부가 OLED TV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채산성이 좋은 기존 LCD 패널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화질⋅대형화 경쟁을 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전방 산업에서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자적으로 대형 OLED 투자 결정을 하는 것도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해도, 안 해도 죽는 상황”이라며 “고민이 길어질 수록 중국은 기술 격차를 좁혀오겠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입는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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