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LCD 모듈 생산을 담당했던 슬로바키아 법인을 2016년 이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7년 유럽 TV 시장 공략을 위해 슬로바키아 보데라디에서 첫 삽을 뜬 지 8년 만이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같은 슬로바키아 내에서 LCD 모듈을 100% 자체생산함에 따라 일감이 끊겼고, 생산 기지로서 현지 매력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VD 사업부 자체공정 탓, 일감 떨어져


삼성디스플레이가 법인 철수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VD사업부가 백라이트유닛(BLU) 등 LCD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부터 모든 공정을 자체 처리하는 탓에 일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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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위)와 삼성전자 VD사업부 공장(아래). VD사업부 공장에는 LCD 모듈 공정부터 TV 완제품 조립공장까지 갖추고 있다. /자료=구글맵스


삼성전자 VD 사업부는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에서 지난해에만 1500만대의 LCD 모듈을 자체 조달했다. 올해 유럽 TV 수요가 줄면서 생산량은 110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지만, TV 생산에 필요한 물량 100%를 조달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 2012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슬로바키아 보데라디 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슬로바키아 정부와의 투자 협정에 따라 철수 시기를 2016년 이후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슬로바키아로 진출한 모듈 협력사들의 경우 고객사를 바꿔 삼성전자 VD 사업부에 계속 납품하게 될 전망이다. 당시 파인디앤씨, 삼진엘앤디, 한솔테크닉스 등이 현지에 동반 진출했다. BLU를 공급하던 한솔테크닉스는 품목을 바꿔 파워모듈을 공급 중이다.


슬로바키아 고질적인 인력난


▲지난 2007년 이상완 당시 삼성전자 LCD 총괄 사장과 깔리냑 슬로바키아 부수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슬로바키아 LCD 모듈공장 기공식이 열리는 모습.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장원기 당시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 박용규 주 슬로바키아 대사, 이상완 사장, 깔리냑 슬로바키아 부수상, 야하나텍 경제상.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슬로바키아 법인 철수를 검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산 기지로서의 현지 이점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저렴한 인건비에 유럽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장점 덕분에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회사들의 생산 기지가 잇달아 들어섰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VD 사업부 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 독일 폴크스바겐,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도 슬로바키아에 생산 기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도 슬로바키아 니트라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인구 500만명을 조금 넘는 슬로바키아에 잇달아 대형 공장이 들어서다 보니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됐다. 


슬로바키아에 현지 법인을 둔 회사 관계자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기업에 매기는 세금이 40%에 달하고, 대졸초임 사무직 임금이 월 1000유로에 육박할 만큼 현지 경영 환경은 각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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