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용 편광판 내재화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SDI는 이미 2010년(당시 제일모직 전자재료 사업부문)부터 AM OLED용 편광판 개발에 매진했으나 사업성 악화(단가 하락)와 기술적 난제 탓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AM OLED용 편광판은 일본 니토덴코와 스미토모가 전량 공급 중이다.


AM OLED 핵심소재 ‘원형 편광판(Circular polarizer)’


편광판은 LCD에도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소재지만, AM OLED에서의 용도는 LCD와 다르다. LCD 내에서 편광판은 액정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화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반면, AM OLED는 외부의 빛이 박막트랜지스터(TFT)에 반사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는 데 편광판을 장착한다. ‘눈부심 방지(anti-glare)’ 역할인 셈이다.


따라서 LCD와 AM OLED에 사용되는 편광판의 구조도 각각 다르다. LCD에 쓰이는 선형 편광판(Linear polarizer)은 가로 혹은 세로로 진동하는 빛 만을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흡수한다. 반면 AM OLED용 원형 편광판(Circular polarizer)은 들어오는 빛의 진동 방향을 45도 꺾는 역할이다.


외부에서 AM OLED에 들어간 빛이 원형 편광판을 한 번 통과할 때 45도 꺾이고, TFT에 부딪힌 뒤 다시 원형 편광판을 만나면서 재차 45도 꺾인다. 두 번에 걸쳐 진동방향이 90도 꺾인 편광판은 화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흡수된다. 사람 눈에는 반사된 빛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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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편광판의 작동원리. 녹색 부분이 원형 편광판으로, 들어오는 빛의 방향을 45도 틀어주는 역할을 한다. /자료=LG디스플레이


이는 시청자 눈부심을 방지하는 역할과 함께, 반사광이 화면 명암비를 저해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해준다.


5인치 1장당 불과 0.5달러...사업성 낮아 ‘계륵’ 신세


원형 편광판이 이처럼 AM OLED 핵심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아직 내재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난제 탓도 있지만, 사업성에 대한 전망이 썩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LCD용 선형 편광판이 LCD 1개당 2장씩 들어가는 반면, 원형 편광판은 AM OLED 1개장 1장만 필요하다. 아직 TV보다 중소형 위주인 AM OLED 시장 특성상 1장당 단가도 낮은 편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5인치 AM OLED에 쓰고 있는 스미토모, 니토덴코의 원형 편광판 단가는 1장당 0.5달러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많아야 7000만대 안팎으로 팔리는 베스트셀러 모델에 전량 공급한다고 해도 3500만달러, 우리돈 4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SDI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스미토모, 니토덴코를 뚫고 공급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셈이다.


물론 면적이 큰 TV용 AM OLED가 상용화 되는 시점에서는 원형 편광판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TV용 AM OLED에 ‘올인’한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중소형 위주의 AM OLED 전략을 쓰고 있다. 

[2020전자대국]<2부>/디스플레이 2.0/(17)편광판·휘도향상필름

▲LCD용 선형 편광판. /자료=LG화학


원형 편광판의 중요성은 지난 19일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에서도 강조됐다. 


워크숍 강연자로 나선 석준형 한양대 특임교수(전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는 “원형 편광판은 AM OLED의 명암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발광층의 빛을 45% 저해하는 단점이 있다”며 “명암비는 높여주면서 빛 밝기를 저해하지 않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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