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최고급 TV 모델인 ‘9000 시리즈’에도 플립칩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9000시리즈 이하 직하형 LED 백라이트유닛(BLU)에만 플립칩 LED를 써왔다는 점에서 향후 LED 시장이 플립칩으로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플립칩 LED는 기존 수평형 LED칩 아래위를 뒤집어 질화갈륨(GaN) 증착면을 히트싱크에 바로 실장한 것이다. 따로 와이어 본딩 없이 인쇄회로기판(PCB)에 장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와이어 본딩 부위(100µm 안팎X2)에서 생기는 빛 손실을 없애 작은 크기로 밝은 광원을 만들 수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 탓에 와이어 본딩이 떨어지는 불량을 방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 VD, 내년 플립칩 LED로 100%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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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칩 LED 구조. 가장 위 푸른색 부분이 사파이어 웨이퍼, 가장 아래 주황색 부분이 히트싱크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플립칩 LED를 장착할 9000시리즈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내놓는 가장 고가 모델이다. JS9000과 JS9500 각각 55·65·78·82·88인치 제품으로 출시되며, 가장 많이 팔리는 JS9000 65인치 모델 출고가가 790만원에 이른다.


올해 생산량은 연간 200~300만대 정도로 전체 TV 판매량(4600만대 안팎 추정) 대비 많지는 않지만, 삼성전자 대표 TV라는 상징성이 크다.


올들어 삼성전자는 9000시리즈를 제외한 대부분 TV 제품에 플립칩 LED를 적용해왔다. 내년에 9000시리즈까지 플립칩 LED를 적용하면 삼성에서 생산하는 모든 TV에 플립칩 LED가 적용된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플립칩 LED를 TV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SUHD TV의 정면 모습입니다

                  (자료 : 삼성전자)

 

 

 

 

플립칩, LED 사용량 줄고 디자인에도 유리해


TV 업체들이 플립칩 LED를 TV에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수의 LED 만으로 BLU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BLU에서 수평형 LED는 인가 전류 1와트(W)가 한계였지만, 플립칩 LED는 1.7~2.0W 안팎까지 걸어줄 수 있다. 인가 전류 크기가 2배로 커지면, LED 밝기는 70%~80% 밝아진다. LED 수를 30~40% 정도 줄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BLU 경박단소화에도 유리하다. 기존 LED BLU에 들어가는 수평형 LED는 높이가 600~800마이크로미터(µm) 정도지만, 플립칩을 이용하면 400~500µm까지 낮출 수 있다.


이와 함께 플립칩 LED는 LED BLU의 고질적 불량 원인인 와이어 본딩 결함을 방지할 수 있다. BLU 내 LED 온도는 통상 70~80℃ 안팎으로, 순간적으로는 200℃까지 올라간다. 이때 와이어 본딩이 미세하게 팽창, 수축하면서 PCB나 GaN 층에서 떨어져 나와 불량이 발생한다. 플립칩 LED의 경우, 와이어 본딩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불량을 방지할 수 있다.

 


LED 시장 주도권, 패키지⇢칩 권력 이양...루미레즈 특허 걸림돌


플립칩 LED로의 전환은 단순히 적용 제품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패키지 업체 주도로 흘러왔던 LED 시장에 칩 업체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세트 및 LED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패키지 업체에는 위기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플립칩 LED는  PCB 실장을 위한 껍데기인 리드프레임이 필요 없고, 와이어 본딩 작업 역시 생략할 수 있다. 


LED 칩 업체가 바로 세트 업체나 모듈 회사에 칩을 넘기면 ‘칩스케일패키지(CSP)’ 작업을 통해 곧바로 PCB에 올릴 수 있다. 사파이어 웨이퍼⇢에피웨이퍼⇢칩⇢패키지⇢모듈⇢세트로 이어지는 공급 사슬에서 패키지 업체가 할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LED 칩 업체가 패키지 회사를 대상으로 영업하지 않고, 모듈이나 세트 업체에 곧바로 영업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언리미티드에 따르면 지난해 15% 수준이던 플립칩 LED 시장 비중은 오는 2019년 3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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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LED 사업부가 개발한 플립칩 CSP 실물. 리드프레임 없이 PCB에 바로 실장 가능하다.

 

 

다만 미국 LED 업체 루미레즈가 플립칩 LED와 관련된 대부분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다. 루미레즈의 특허중에는 플립칩 아랫면에 은(Ag)을 도포해 반사판을 만드는 기술(US6946685)도 포함돼 있다. 플립칩 LED가 만든 빛의 절반은 아래쪽으로 산란되는데, 반사판을 이용해 빛 손실을 줄여야 한다. 


아직 플립칩 LED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루미레즈가 본격적으로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이 성장하면 2000년대 초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처럼 적극적인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삼성전자 VD 사업부의 경우 플립칩 LED 반사판으로 은이 아닌 실리콘 산화물(SiO) 기반의 금속을 이용해 루미레즈 특허를 피해갔다. 실리콘 산화물 기반 반사판의 반사율은 은보다 반사율이 5%p 높다. 은의 이론적 반사율은 93% 정도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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