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텍,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사례와 비교해보니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후공정 장비업체인 톱텍이 기술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톱텍은 플렉서블 OLED와 스마트폰 커버유리를 합착하는 ‘라미네이션’ 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톱텍은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제외하고는 라미네이션 장비를 독점 공급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삼성디스플레이로서도 고민스럽다.

 

검찰, 톱텍 압수수색에 이어 대표 구속기소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톱텍 대표 A(50) 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8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

삼성전자 갤럭시S9. 라미네이션 장비는 OLED 패널과 커버유리를 합착하는데 쓰인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9. 라미네이션 장비는 OLED 패널과 커버유리를 합착하는데 쓰인다. /삼성전자 제공

기소된 A씨 등은 올해 4월 삼성으로부터 받은 플렉서블 OLED 엣지 패널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 영업비밀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B 업체에 유출한 뒤 일부를 중국 업체 2곳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석달여간 삼성에서 받은 도면 등으로 라미네이션 설비 24대를 B 업체에서 제작한 뒤 중국 업체에 16대를 수출하고 재차 8대를 수출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 9월 톱텍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톱텍은 문제가 된 기술이 애초에 삼성디스플레이의 것이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기술이며 법적으로도 수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오보텍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사례의 차이

 

다만 법적 공방과 별개로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 간의 거래는 과거 같지 않게 껄끄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한 핵심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로서도 응당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장치 산업에서 기술 유출 사례 중 가장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진 업체는 이스라엘 오보텍이다. 오보텍은 OLED 공정 중 각종 검사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본사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즉시 거래가 단절됐다.

오보텍의 시각검사장비. /오보텍 제공
오보텍의 시각검사장비. /오보텍 제공

오보텍은 사건 발생 7년이 지난 올해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냈음에도 삼성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2016~2017년 중소형 OLED 투자 국면에서 오보텍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단 한건의 검사장비도 수주하지 못했다. 대신 국내 업체이면서 2위 공급사였던  HB테크놀러지가 오보텍이 공급하던 장비를 독점 납품하면서 지난해 28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역시 삼성전자와 기술유출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010년 검찰은 삼성전자 직원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직원에게,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직원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 직원에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전달한 혐의로 모두 18명을 기소했다.

이 사건 역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전원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앞서 오보텍 사례와 달리, 삼성전자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간의 거래 관계는 2010년 이후 한번도 단절되지 않았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원자층증착(ALD)⋅기상화학증착(CVD)⋅스퍼터 등 증착 장비 분야에서 워낙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 라인을 신규 투자하는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3D 라미네이션 대체 가능할까

라미네이션 공정 간략도. /KIPOST
라미네이션 공정 간략도. /KIPOST

오보텍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공통적으로 기술유출 혐의를 받았지만, 오보텍은 즉시 거래가 정지됐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아무 문제 없이 삼성과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결국 두 사례의 차이는 해당 업체의 대체 가능성이다. 3D 라미네이션 장비는 어떨까.

현재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3D 라미네이션 장비는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 공급해왔다. 레이저 장비 업체인 AP시스템이 지난해 베트남 후공정 라인에 일부 물량을 동시에 공급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AP시스템이 톱텍의 장비를 OEM 방식으로 외주 생산해 공급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애플향 OLED 후공정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톱텍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라미네이션 장비 투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AP시스템은 톱텍의 주문에 따라 라미네이션 장비를 베트남 V3 라인에 깔기는 했지만 자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지는 않다. 실제 지난해 6~7월 베트남 V3 라인에 설치된 AP시스템 라미네이션 장비들의 수율이 빨리 정상화되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가 애를 먹기도 했다. 당시 AP시스템이 외주 공급한 장비 수율을 정상화시키는데 톱텍 인력들도 대거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AP시스템이 당장 톱텍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미네이션 장비는 OLED 패널 사이즈와 형태가 바뀔때마다 내부 부품들을 개조해야 한다. 이에 대한 레시피와 설계 노하우는 톱텍만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핵심 협력사 중 하나인 SFA 역시 라미네이션 장비를 개발했으나 아직 삼성디스플레이 라인에 공급할 정도는 못된다. 일부 중국 패널 업체에 공급했을 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후공정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후공정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톱텍을 대체할 장비 업체를 물색할 시간은 벌어 놓은 상태다. 지난해 후공정 라인에 워낙 많은 투자를 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 올해와 내년에 신규 투자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의 삼성디스플레이 V3 공장은 지난해 75개 라인 중 50개 라인에 대한 투자를 완료했다. 이는 월 1600만개의 중소형 OLED를 후공정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향 OLED를 한창 많을 때 월 1000만개 정도 생산하기 때문에 숫자만 놓고 보면 공급능력이 충분하다.

더욱이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 역시 스마트폰 출하량 자체가 정체 상태라 추가 투자에 대한 니즈가 낮다. 따라서 V3 혹은 인근 V4(신규 공정)에 대한 추가 투자는 탕정 A5 라인을 신축하는데 맞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미네이션에 대한 톱텍의 노하우가 워낙 두텁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당장 이 회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시간을 갖고 SFA 등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대체 업체를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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