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 방식 첫 도입...국내 소재⋅부품 협력사에 악영향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가 스마트폰 생산 일부를 외주화한다. LG전자는 그동안 100% 자체 공장에서만 스마트폰을 생산해왔으나, 원가 절감 전략에 따라 제 3의 업체에 일감을 덜어 내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중국 내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스마트폰 신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LG전자가 생산한 스마트폰 'G7 씽큐'.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생산한 스마트폰 'G7 씽큐'. /LG전자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스마트폰 중 복수의 모델을 중국 ODM 업체에 위탁할 계획이다. 아직 대상 모델과 물량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LG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중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10% 정도를 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5600만대로, 10%면 560만대 안팎이다.

ODM은 외주업체가 제품 설계와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대신, 브랜드만 LG전자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외주업체가 설계를 맡는 만큼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카메라 등 자재도 자체적으로 발주한다. 다만 LG전자는 일부 부품에 한해서는 그동안 거래하던 업체를 지정해 쓰도록 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생산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MC사업부의 누적적자가 2조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비용절감 압박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5년 2분기 이후 1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만약 MC사업부가 독립 법인이었다면, 사실상 법정관리 대상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첫 ODM 스마트폰 '갤럭시A6s'./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첫 ODM 스마트폰 '갤럭시A6s'./삼성전자 제공

중국 ODM 업체는 스마트폰 생산에 따르는 간접비용(오버헤드)이 낮아 LG전자가 직접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 보다 싸게 조달할 수 있다. 이미 중저가 스마트폰은 중국 샤오미⋅비보⋅오포가 석권한 시장이다. 시장점유율을 더 이상 내주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ODM 외에는 답이 없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달 중국에서 ODM 스마트폰 ‘갤럭시A6s’를 출시했다. 갤럭시A6s는 중국 시장 전용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처음 ODM 방식으로 출고한 모델이다. 생산은 중국 샤오미의 스마트폰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윙테크가 맡았다.

6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퀄컴의 중급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660을 장착했다. 램(RAM) 용량은 6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는 64GB와 128GB다. 후면 듀얼카메라(1200만 화소 표준화각, 200만 화소 심도 인식)와 3300mAh 배터리도 적용했다. 가격은 64GB모델이 1799위안(약 29만5000원), 128GB는 2199위안(약 36만원)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생산하는 ‘갤럭시S6’ 2018년 모델의 경우, 5.6인치 OLED, 싱글 카메라, 3000mAh 배터리 등 일부 부품 스펙이 갤럭시A6s 대비 열세이면서도 가격은 40만원대로 출시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ODM 생산이 원가 측면에서 그 만큼 유리한 셈이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LG이노텍 제공

그러나 이 같은 ODM 방식 스마트폰 생산이 일반화되면,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의 입지는 그 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소재⋅부품 발주를 ODM 업체가 직접 담당하는 만큼 국내 협력사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1대의 원가를 200달러로 보면, 500만대 물량은 10억달러 규모다. 한화로 1조원 이상이 소재⋅부품 시장이 ODM 기지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한 부품 업계 관계자는 “ODM으로의 물량 이전은 단순히 마진 삭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가동률 저하에 따른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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