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 낮은 파운드리
단가 올려 수익성 확보 지속

지난 분기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합산 영업이익은 3000억원 정도다. 2분기 전방산업 수요 감소 탓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소폭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대부분은 파운드리 사업부 몫이다. 

그럼에도 최근 파운드리 업계의 전례 없는 호황세에 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이익 규모는 크지 않다. 이에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비메모리 사업 이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 연초 대비 가격 30% 이상 인상”

 

삼성전자가 내놓은 가격 현실화 해법은 시스템LSI 보다는 파운드리 사업부에 해당하는 얘기다. 현재 고객사에 공급하는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 이를 시황에 맞게 올리겠다는 뜻이다.

그때그때 가격이 달라지는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와 달리, 파운드리는 계약 당시에 대강의 공급물량과 가격이 정해진다.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화된 제품인데 비해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특정 고객사 향(向)으로 맞춤 생산되기 때문이다. 통상 파운드리 수주는 짧아도 1년,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시황 변동성 대비 단가가 느리게 따라오는 편이다. 삼성전자는 TSMC 대비 낮은 시장점유율 극복을 위해 최근 2~3년간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펴 온 탓에 이익률이 더 박하다. 전 세계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영업이익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KIPOST 2021년 4월 7일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초호황인데 실적은 왜 제자리일까> 참조).

그러나 삼성전자의 ‘가격 현실화’ 기조에 따라 점차 이익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비록 파운드리가 최초 계약시 가격이 고정되는 구조지만, 추가 계약분에 대해서는 가격과 물량을 재산정하기에 가능하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예컨대 동일한 디자인으로 추가 웨이퍼를 주문할 때는 시황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전 제품 평균적으로 연초 대비 30%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팹리스와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차분 선적 후 단가는 시황을 반영해 재산정하게 된다”며 “이 때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 추가 물량 기대치 등 다양한 변수들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도 “납품 가격을 장기 고정으로 유지하는 건 삼성전자나 고객사에 모두 부담”이라며 “수요에 따른 가격 탄력성이 낮을 뿐, 시간이 갈수록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공급 부족, 40nm 가장 극심

 

최근 파운드리 업계 공급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가격 현실화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선단공정도 문제지만 14nm(나노미터)보다 선폭이 큰 28nm나 40nm쪽 수요가 생산능력을 크게 앞선다. 삼성전자 대비 레거시 공정 생산능력이 큰 대만 TSMC도 최근 28nm와 40nm 쇼티지가 가장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TSMC 40nm 공정은 웨이퍼 5000장을 주문하면 실제 500장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40nm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나 NFC(근거리무선통신) 칩 등 생산에 사용하는 공정이다.

샤오미의 미10 시리즈 출시 발표회. /샤오미 제공
샤오미의 미10 시리즈 출시 발표회. /사진=샤오미

파운드리 업계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 안에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판매 부진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문 적체된 물량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이다. 한 파운드리 업체 관계자는 “실제 중국 VOX(비보⋅오포⋅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칩 주문량은 조금씩 줄고 있다”면서도 ”아직 대기 중인 수요들이 많아 내년 하반기까지 시황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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