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티어1과 티어2⋅3 역할 구분
메모리 주력, 독자 성장하는 시스템에 익숙
올 연말 인수합병으로 업계 지각변동 전망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퓨어파운드리'를 선언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DSP(Design Solution Partner)들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이후 삼성전자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때마다 강조한 것은 파트너와의 '상생 협력'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SP들을 선정만 해놓았을 뿐 일부 용역을 외주로 주는 기존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삼성전자가 DSP 생태계 구축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TSMC, 티어1과 티어2⋅3 역할 구분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VCA(Value Chain Aggregator)⋅DSP(Design Solution Partner)를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로 두고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팹리스 간 다리 역할을 한다. 고객사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고, 패키징⋅테스트 공정 등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과정을 지원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DSP업체들을 선정한 지 만 3년이 지났음에도 이전과 구조적으로 달라진 점이 없음을 지적한다. TSMC의 경우 티어1(Tier)과 티어2⋅3 등 고객 규모에 따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다. 애플⋅퀄컴⋅브로드컴과 같은 티어1고객이라면 TSMC가 직접 고객 대응⋅서비스까지 직접 지원한다. 반면 인피니언⋅페이스북과 같은 티어2⋅3에 해당하는 중소형 고객이라면 VCA가 직접 고객 영업부터 디자인 서비스까지 수행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DSP 리스트./자료=삼성전자

반면 DSP의 경우 여전히 삼성전자가 내려주는 일부 용역을 받는 일에만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디자인하우스 업체 임원은 "DSP 선정만 해 놓았을 뿐 여전히 삼성전자만 바라봐야 하는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DSP를 선정한 취지는 TSMC와 VCA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삼성이 고객을 데리고 와서 일부 용역을 주는 구조는 그대로다"고 했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사업 운영 담당자 역시 "TSMC는 대형벤더와 중소형벤더에 대한 고객 대응이 명확히 구분돼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에코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며 "삼성전자는 파트너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부분이 매우 부족하고, 여전히 많은 것들을 직접 컨트롤하려고 한다"고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DSP 간 기본적인 정보 공유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티어2⋅3의 고객을 영업해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 TSMC는 관련 자사 포털에 공정별 스케줄, 캐파 등 현재 파운드리 관련 정보들을 VCA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DSP와 공유하고는 있다. 그러나 공개되는 정보가 한정적이며, 부정확해 이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TSMC OIP와 삼성 SAFE 비교. /KIPOST
TSMC OIP와 삼성 SAFE 비교. /KIPOST

한 디자인하우스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역시 포털은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그 정보를 보고 다시 확인하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고객 신뢰는 떨어진다"며 "이후에 칩을 또 찍을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삼성전자의 서비스 마인드는 대형벤더 위주며 파트너와 협업해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부분들이 많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백엔드 외주에 한정

이러한 구조에서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의 성장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TSMC의 대표적인 VCA인 GUC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8400만달러(5461억원)다. 반면 DSP 중 비교적 큰 규모라 할 수 있는 알파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64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국내 DSP 중 하나인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29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기존 VCA 자격으로 벌어들인 SK하이닉스 메모리 컨트롤러 IC 일감이 대부분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VCA 계약을 종료하고 현재는 DSP에 속해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직접 고객사로부터 일감을 따오고, 파운드리에는 생산만 맡겼던 VCA구조 덕분이다. VCA들은 고객사 요구에 따라 단순 용역이 아닌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솔루션까지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수익성은 물론 디자인서비스 역량도 늘어난다.

한 팹리스 업체 CTO는 "파운드리에서 용역을 주게 되는 부분은 합성부터 PNR(Placement&Routing)까지의 백엔드 공정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은 단순 작업에 가깝다"며 "ASIC0 단계부터 고객에게 스펙을 받아서 소화해 필요한 IP(설계자산)를 만들고, 그 칩 전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커지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종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장도 "TSMC는 분업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역할을 주는 과정에서 역량이 늘어나고, 그것이 다시 TSMC의 탄탄한 생태계로 이어진 것"이라며 "메모리에 주력하면서 독자 성장하는 시스템에 익숙해 생태계 구축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ASIC 및 SoC 디자인서비스 모델./자료=에이디테크놀로지
ASIC 및 SoC 디자인서비스 모델./자료=에이디테크놀로지

물론 각 DSP들의 인력확보는 또 다른 과제다. (KIPOST 2020년 12월 23일자 <DSP, M&A통한 몸집 불리기는 끝나지 않았다> 참조). GUC가 700명 정도 인력을 가진 것에 비해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의 인력 규모는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중소형 고객에게 턴키솔루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적어도 50-60명의 인력이 1년 동안 투입되는데 최소 인력이 300명은 돼야 여러 프로젝트에 투입될 가용인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이후에도 각 디자인하우스들은 계속해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올 연말쯤에는 또 한 번의 인수합병으로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디자인하우스 임원은 "여러 프로젝트를 턴키로 맡기 위해서는 디자인하우스 규모도 커져야 한다. 현재는 한 프로젝트를 턴키로는 맡을 수는 있어도, 여러 프로젝트를 맡을 가용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 연말에 한번 더 인수합병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대표 역시 "2단계 인수합병 움직임이 한 번 더 있을 것이다. 물론 상장사⋅비상장사가 섞여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몸집 키우기만이 아니라 DSP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 서비스 역량이 같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삼성전자 #TSMC #D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