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대(2290㎜ X 2620㎜) OLED 투자를 위한 장비 선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국산 증착장비 업체 선익시스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가 8.7세대 공정을 개발하던 초기부터 파트너로 협력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알박 카드를 버리고 증착장비 공급사로 캐논도키를 낙점한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에서 선익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선익시스템, 캐논도키 대비 절반 이하 가격 제시

 

OLED 생산라인 투자의 시작은 증착장비로부터 출발한다. 단일 품목 중 가격이 가장 비싸고, 납기도 1년여로 제일 길기 때문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세대는 물론 이번 8.7세대 투자 국면에서도 증착장비를 가장 앞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알박을,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을 8.7세대 투자 파트너로 검토했다. 그러다 하반기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애플이 증착장비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두 회사 모두 캐논도키를 최우선 공급사로 검토하게 된 것이다(KIPOST 2022년 12월 20일자 <8세대 투자 '키' 강하게 쥐는 애플에...좌불안석 선익시스템> 참조).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를 증착장비 공급사로 낙점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선익시스템이라는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들어서는 8.7세대 투자에서 선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선익시스템을 선택했을때의 이점은 분명하다. 투자비 절감이다. 선익시스템은 8.7세대 원판투입 월 1만5000장 기준으로 장비 단가 6500억~7000억원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캐논도키가 국내 업계에 공지한 증착장비 단가(1조5000억~1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최소 절반, 크게는 3분의 1 수준이다. 

투자비는 향후 양산에 들어갔을 때 패널 원가에 반영된다. 투자 시점에서 금액을 절감할수록 양산 이후 단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익시스템이 LG디스플레이에 주는 메리트가 더욱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측에 증착장비 가격으로 1조원 이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캐논도키 역시 1조5000억원 아래로는 계약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아직 양측 사이에 5000억원 이상의 간극이 존재한다.

둘 간의 협상이 1조원 초반에만 결정되어도 선익시스템의 증착장비 단가와는 4000억원 안팎의 갭이 생긴다.

OLED 증착 원리. /자료=삼성디스플레이
OLED 증착 원리. /자료=삼성디스플레이

 

관건은 애플 설득 여부…수율은 그 다음

 

물론 이 같은 이점은 최종 고객사가 될 애플을 LG디스플레이가 설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의미가 있다. 만약 애플에서 선익시스템 설비에 대해 승인을 거절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 설비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애플이 설비를 인증한다고 해도 적정 수율을 확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지난 2016년 경북 구미 E5 라인에 선익시스템 6세대 증착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선익시스템을 통해 OLED 증착장비 국산화를 성공하기는 했으나 양산 초기 낮은 수율 탓에 고생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애플을 최대한 설득하고, 투자 이후에는 수율을 잡아나가는 과제가 남는 셈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2개 라인으로 구성된 1만5000장 라인을 캐논도키와 절반씩 섞거나 유기물 라인, 무기물 라인으로 나눠 각각에 발주내는 방법 등 검토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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