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대비 짧을 8세대급 투자 사이클
첫 수주부터 수익 확보하려는 캐논도키
여러 논리로 설득 나선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2250㎜ X 2600㎜) IT용 OLED 첫 번째 라인 핵심 파트너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 캐논도키가 장비 가격 수준을 놓고 좀처럼 눈높이를 못맞추고 있다. 이전 6세대(1500㎜ X 1850㎜) 투자 국면과 달리 첫 수주부터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캐논도키와 최대한 낮은 가격에 발주해 감가상각비 부담을 줄이려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장차 탓이다. 

이 때문에 증착장비 발주 이후 나와야 할 주요 장비들 발주 역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캐논도키
/사진=캐논도키

 

1.5조 VS 0.9조…좁혀지지 않는 격차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지난 4월 초 4조1000억원 규모의 8.6세대 투자 방안을 발표한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양측의 공방은 평행선이다. 여전히 캐논도키는 증착장비 단가로 1조5000억원을, 삼성디스플레이는 9000억원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캐논도키가 과거 대비 공급 단가 측면에서 강경함을 보이는 건 6세대 투자 국면과 이번 8.6세대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이 달라서다. 지난 6세대 때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BOE⋅CSOT⋅비전옥스⋅티안마까지 경쟁적으로 라인 투자를 단행했다. 

캐논도키는 삼성디스플레이 프로젝트에서 큰 수익을 남기지 않아도 후속 수주를 통해 수익을 벌충할 수 있었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압도적 1위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레퍼런스를 쌓는 효과도 누렸다. 실제 캐논도키는 2016년 이후 2020년 전후까지 6세대 OLED 증착장비 시장을 독식했다.

그러나 이번 8.6세대 투자 사이클은 6세대와는 다르다. LG디스플레이가 선익시스템으로 증착장비 공급사를 갈아탄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발주 외엔 기대할 게 없다. 

/사진=캐논도키
/사진=캐논도키

중국에서 BOE를 제외한 패널 업체들은 이미 투자해놓은 6세대 라인 가동률도 채우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최소 4조원, 현실적으로 5조원이 넘을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 회사는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조차 이번 4조1000억원 투자 이후 언제 추가 투자를 집행할 지 장담할 수 없다. 

업계는 투 스택 탠덤(발광층이 2개) 방식으로 생산된 OLED 출하량이 오는 2029년 2000만개를 약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정도 수요면 삼성⋅LG디스플레이가 월 1만5000장씩만 투자해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여기에 BOE가 투자할 물량까지 더하면, 이미 글로벌 공급 수준은 차고 넘친다. 

장기간 후속 투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캐논도키가 이번 첫 수주부터 충분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지난 2020년 QD-OLED 라인 투자 당시 원가 이하 가격에 증착장비를 공급했으나 추가 투자가 불발되면서 손실을 기록했던 학습효과도 캐논도키가 8.6세대 증착장비 가격을 높게 부르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벼랑끝 설득나선 삼성디스플레이

 

이미 투자금액을 확정하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보고까지 마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캐논도키를 설득해야 한다. 사실 삼성디스플레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우선 증착장비에 투입되는 각종 챔버와 기자재는 국산 장비사에 외주 주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고 있다(KIPOST 2023년 4월 11일자 <첫 8.6세대 OLED 라인에 챔버 제작사로 5개 회사 거론> 참조).

이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첫 8.6세대 증착 라인을 셋업하는 과정에서 상호간 노하우가 노출될 수 있는 점을 들어 최대한 단가 인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LED용 증착장비는 ‘장비’라는 이름이 붙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클러스터다. 이 증착장비 하나로 OLED 생산 공정의 절반을 수행할 수 있다.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따라서 80개 안팎의 트랜스퍼모듈(Transfer Module)과 프로세스 챔버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도 중요한 노하우다. 이번에 첫 8.6세대 OLED 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협업하게 되면 여러 경로로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EV기술팀’ 노하우도 캐논도키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다. 8.6세대 투자 첫 주자로서 갖게 되는 이점과 불리함이 공존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캐논도키가 OLED 양산 경험이 가장 많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하며 얻은 노하우는 결국 다른 패널 업체에 영업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다”며 “이 역시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에 증착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논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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