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도키 증착장비 가격은 아직 협상 중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8.7세대(2290㎜ X 2620㎜) OLED 설비 투자금액으로 4조1000억원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6세대(1500㎜ X 1850㎜) 투자 금액 대비 두배를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실제 양산에 들어갔을때 BEP(손익분기점)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이처럼 투자 규모를 가늠하고,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한 자리에서도 해당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북 프로 13. /사진=애플
맥북 프로 13. /사진=애플

 

8세대 라인, 6세대 투자금의 두 배 초과

 

지난 2017~2019년 다량 신설됐던 6세대(1500㎜ X 1850㎜) 생산라인의 투자 규모는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에 2조원으로 통일됐다. 여기에는 2800억원 수준의 증착라인을 주축으로, 나머지 금액은 디스플레이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TFT(박막트랜지스터) 생산라인을 들이는데 쓰였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는 8.7세대 OLED 생산라인에는 1만5000장 원판투입 기준으로 4조1000억원을 산정했다. 이 가운데 캐논도키에 돌아갈 증착라인에는 1조원 미만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캐논도키는 삼성디스플레이측에 1조8000억원을 제시했다가, 다소 낮춰 1조5000억원까지 양보했다(KIPOST 2023년 1월 16일자 <캐논도키, 8세대급 OLED 증착장비 가격 1.8조원 제시> 참조).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캐논도키가 제안한 금액의 절반 정도만 예산에 반영한 셈이다. 캐논도키는 여전히 1조5000억원 이하로는 수주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증착라인 구축에 할당한 금액은 캐논도키와 합의된 금액이라기 보다는 구매팀의 목표에 가깝다”며 “실제 협의 과정에서 금액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 증착장비 가격을 목표만큼 내리지 못하면 결국 총 투자금액이 올라가거나, 나머지 TFT 분야에 할당된 금액을 줄여야 한다. 캐논도키로 일원화 된 증착라인과 달리, TFT는 수많은 협력사들이 공정을 나눠 포진한다. 공정에 따라 이원화가 이뤄진 분야도 다수여서, 상대적으로 단가 협상이 용이하다.  

다만 이번 8.7세대 OLED 라인에 처음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ALD(원자층증착) 설비는 단가도 비싸고, 느린 속도 탓에 다량의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증착공정 직후에 이뤄지는 봉지(인캡슐레이션)와 TFT의 액티브 레이어 증착에 ALD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LD 공정 도입은 IT용 OLED 라인의 주요 고객이 될 애플이 요구하는 바다. CVD(기상화학증착)⋅스퍼터 등 다른 증착 기술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8.7세대 라인, BEP 넘기 험난할 듯

 

이처럼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갈 경우, 향후 양산에 돌입하더라도 BEP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재료비 비중이 높은 LCD와 달리, OLED는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전체 모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다. 종전 6세대 라인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용 OLED의 경우, 원가에서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5% 전후다. 8.7세대 라인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투자비가 비싸더라도 해당 라인에서 산출되는 패널 면적이 넓고, 부가가치가 높으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6세대 라인은 한 달에 생산되는 패널 면적이 4만1625㎡다. 이에 비해 8.7세대 라인은 8만9997㎡다. 8.7세대가 6세대 대비 생산되는 패널 면적이 2.16배 넓은데(동일 수율 가정), 투자 금액 역시 2.05배 크므로 면적 측면에서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따라서 천문학적 투자비가 납득되기 위해서는 같은 기판 내에서 생산되는 패널의 부가가치가 6세대 대비 훨씬 커야만 한다. IT용 패널, 그 중에서 이번에 새로 투자되는 ‘투 스택 탠덤’ 방식의 패널은 아직 시중에 제품이 나온 바가 없다. 따라서 이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의 ASP(평균판매가격)가 얼마나 될 지는 현 시점에서 가늠하기가 어렵다.

다만 8.7세대 라인에서 패널이 생산되어 나올 3년 뒤, 해당 제품을 대량 구매해 줄 회사가 애플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노트북PC 판매량을 기준으로 레노버⋅HP⋅델에 이은 세계 4위다. 2022년 전 세계 노트북PC 시장이 20% 위축되는 가운데, 애플은 제조사 중 ‘나홀로 성장’했다. 

일반 OLED와 투 스택 탠덤 방식 비교. /자료=미래에셋
일반 OLED와 투 스택 탠덤 방식 비교. /자료=미래에셋

고가부터 중저가 라인까지 다양한 여타 제조사들과 달리, 애플은 ‘맥북 에어’를 제외하면 모두 고가 라인업이다. 맥북 에어 가격조차 여타 제조사들의 중가 이상에 속할 만큼 비싸다. 8.7세대 라인에서 생산된 고가 패널로 BOM(부품원가)을 구성할 수 있을 만한 회사가 애플이 유일하다고 보는 이유다. 

물론 애플 외 제조사들도 최고급 라인에 투 스택 탠덤 OLED를 끼워 넣을 수도 있다. 단일 모델로 최소 수백만대 이상씩 찍어내는 애플과는 구매력에서 차이가 클 뿐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애플의 구매 비중이 5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고착된 애플 주도력이 IT용 OLED 시장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디스플레이 시장 전문가는 “지나치게 애플만을 보고 8.7세대 라인에 투자할 경우 향후 원가협상 측면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높은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더 여려워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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