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대비 7배 가격 "상식 밖"
캐논도키가 배짱 부리는 두 가지 이유

일본 캐논도키가 노트북PC용 OLED 생산을 위한 8세대급 증착장비 공급 가격으로 1조8000억원선을 제시했다. 기존 6세대(1500㎜ X 1850㎜) 증착장비와 비교하면 7배 가량 비싼 수준이며, 6세대 1개 라인 총 투자비(2조원)에 맞먹는다. 

가격 협상을 통해 도입 단가를 일부 낮춘다 해도 투자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투자 타당성에 회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8세대급 OLED 장비 가격, 6세대 7배

 

삼성⋅LG디스플레이가 당초 8세대급 OLED 라인 투자를 검토할 때부터 증착장비 가격이 종전 대비 비싸질 것은 예상됐다. 기판 사이즈가 커지면서 장비의 물리적 크기가 커진데다 기판 크기가 커지면 FMM(파인메탈마스크)을 제어하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탓이다. 

더욱이 이번 8세대급 설비는 적색⋅녹색⋅청색 발광층 소재가 수직으로 2층(투 스택 탠덤) 쌓인다. 그만큼 유기물 증착을 위한 챔버 대수가 늘어나며, 이는 단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FMM 방식의 8세대 증착, 투 스택 탠덤 기술 모두 캐논도키도 이번에 처음 시도한다.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을 위해 캐논도키로부터 도입한 8세대급 증착장비는 FMM 방식이 아닌 OMM(오픈메탈마스크) 방식이다. 이번에 국내 업계가 도입을 추진하는 FMM 방식과는 근본 원리가 다르며, 난이도는 FMM쪽이 훨씬 높다. 

다만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8세대 원판투입 월 1만5000장 기준에 1조8000억원의 가격은 업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기존에 캐논도키가 한국⋅중국에 공급한 6세대 설비는 동일한 원판투입 기준에 2500억원 안팎이었다. 대략 7배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캐논도키는 이달 초 삼성⋅LG디스플레이에 이를 각각 통보했으며, 두 회사 모두 크게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 넘는 수준으로는 절대 도입 불가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LG디스플레이 역시 예상을 상회하는 단가에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논도키가 배짱 부리는 두 가지 이유

 

캐논도키가 이처럼 다소 상식 밖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애플이라는 든든한 배경 때문이다. 애플이 OLED용 증착장비 공급사로 캐논도키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탓에 결국은 패널 업체가 본인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자신감을 한껏 드러내는 것이다. 

업계에 선익시스템⋅알박 등 대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애플이 인증해 주지 않는다면 삼성⋅LG디스플레이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KIPOST 2022년 12월 20일 <8세대 투자 '키' 강하게 쥐는 애플에...좌불안석 선익시스템> 참조).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앞서 QD-OLED 투자 과정에서 캐논도키가 삼성디스플레이와 겪었던 갈등 역시 이번 단가 협상에 강수를 놓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Q1 라인에 도입된 QD-OLED 증착장비 단가는 3000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캐논도키가 삼성에 주장했던 단가 수준은 4000억원, 최소 350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QD-OLED 파일럿 장비는 2020년에 입고됐고, 단가 협상은 2021년에 이뤄진 탓에 캐논도키가 수세일 수 밖에 없었다. 파일럿 기간의 매몰비용이 컸고, 캐논도키로서는 향후 QD-OLED 추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Q1 라인용 장비 가격을 삼성디스플레이측에 양보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캐논도키가 기대하던 QD-OLED 추가 투자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요원한 상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당시 학습효과 때문에 캐논도키는 더 이상 미래 투자를 근거로 현재 장비의 공급가를 양보하지 않기로 했다”며 “첫 장비부터 철저하게 수익을 남기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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