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익시스템 등장으로 복잡해지는 셈법
아직은 LG-삼성-BOE 순으로 슬롯 할당

지난 2월 일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을 방문했던 까오 원바오 BOE CEO(최고경영자)가 내달 초 다시 일본을 찾는다. 삼성⋅LG디스플레이 대비 다소 뒤처질 것으로 예상되는 8세대급 증착장비 반입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다.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BOE CEO, 두달 만에 다시 캐논도키로

 

까오 원바오 CEO는 이미 지난 2월 중순 일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과 연쇄 회동했다. OLED 증착장비 업체 캐논도키를 비롯해 이온임플란터 공급사 니신이온, 식각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에 이어 내달 초에도 까오 원바오 CEO가 일본을 찾는건, 다른 회사들보다 캐논도키와의 장비 반입 협상을 위해서다. 

까오 원바오 BOE CEO. /사진=BOE
까오 원바오 BOE CEO. /사진=BOE

캐논도키의 8세대급 OLED 증착장비 생산능력은 1년에 2대, 원판투입 기준으로는 월 1만5000장분(월 7500X2)에 불과하다. 이들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는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BOE 순으로 할당돼 있다. 이 순서대로라면 BOE는 아무리 빨라도 2025년 초 이전에는 8세대급 장비를 전달받을 수 없다. 경쟁사들과 1년간의 시간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장비를 셋업해야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치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BOE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LG⋅삼성⋅BOE로 굳혀진 반입 순서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도무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던 캐논도키의 8세대급 증착장비 생산능력에 여유가 생긴 건, LG디스플레이와 선익시스템 간 장비 도입 논의가 급진전 되면서다. 가장 빠른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LG디스플레이가 선익시스템 설비를 상당부분 도입한다면, 가장 뒷번호를 받은 BOE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아직 선익시스템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PO(구매주문)나 LOI(구매의향서)를 받은 건 아니나, LG디스플레이는 증착 라인의 최소 절반 이상을 선익시스템 설비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선익시스템 설비로 100% 라인을 꾸리면 증착 부문 투자비를 절반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도 적극적이다(KIPOST 2023년 2월 24일자 <수주에 사활건 선익시스템, 8.7세대 투자에 조커로 활용될까> 참조).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따라서 BOE는 LG디스플레이가 비우게 될 슬롯을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많이 가져와야 한다. 까오 원바오 CEO가 두달만에 다시 일본을 찾는 이유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BOE는 자신들의 장비 반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상당 규모의 급행비를 낼 수 있다는 의사를 캐논도키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는 첨예한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캐논도키도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