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부사장 2선 퇴진
커스텀SoC사업, 타 조직에 흡수
칩리스 프로젝트 수주 줄어들 듯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구글・페이스북 등 비(非) 반도체 업체들의 외주 설계 프로젝트 수주를 대폭 줄이고, ‘엑시노스’ 등 자체 칩 설계에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박재홍 커스텀SoC사업팀장(부사장)이 2선 퇴진한 후 관련 조직도 SoC개발실로 흡수됐다. 

커스텀SoC사업팀은 반도체 회사는 아니지만 자체 AP를 설계하고자하는 이른바 ‘칩리스(Chip-less)’들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AP.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엑시노스. AP. /사진=삼성전자

박재홍 부사장 2선 퇴진, 커스텀SoC 2년만에 사라져

 

커스텀SoC사업팀은 2년전 신설될 때만 해도 회사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연중 인사를 통해 박재홍 파운드리사업부 디자인플랫폼 개발실장(부사장)을 팀장으로 데려와 조직을 확대하는 등 회사가 의욕적으로 외부 프로젝트 수주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글로벌 IT 업체 중 칩 설계역량은 낮지만, 맞춤형 AP를 설계하려는 회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외부 환경도 좋았다.

퀄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 역량이 출중한, 이른바 ‘레벨3’ 회사들은 파운드리 서비스로 직행하지만 이제 막 자체 설계를 시작한 ‘레벨0~1’ 회사들은 모두 커스텀SoC의 영업 대상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인사 직후 박재홍 부사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박 부사장은 현재 시스템LSI 소속 부사장으로 회사에 적은 남아 있지만, 보직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반도체 설계 후방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이달을 전후로 퇴사해 팹리스나 디자인하우스를 창업할 것이란 예기도 나온다. 

박재홍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박재홍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출신의 한 반도체업체 임원은 “연말 인사에서 박용인 사장이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오른 이후 박재홍 부사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며 “박 부사장이 보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에서 박 부사장의 색깔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부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커스텀SoC는 자사 AP 사업을 담당하는 SoC개발실로 흡수 통합했다. 이전에는 ‘엑시노스’・’엑시노스오토’ 등 삼성전자 브랜드 AP를 개발하는 조직과 외부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조직이 별개였다면, 이제는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흡수 통합되기는 했지만, 기존에 커스텀SoC 업무를 담당하던 인원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프로젝트 수주를 담당할 인원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 리소스 분산 문제…자체 AP에 집중

 

박재홍 부사장 퇴진을 말미암아 삼성전자가 커스텀SoC 사업 자체를 축소하는 건 외부 프로젝트 수주가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설계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이끌고 가는 게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외부 업체들의 설계를 외주로 수행한다는 게 통일성 없는 다양한 요구조건들을 섭렵해야 하다 보니 타 사업에 비해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임원도 “커스텀SoC 사업은 장기 로드맵을 갖고 가기 보다는 고객 요구에 즉각즉각 대응하는 구조”라며 “조직(커스텀SoC사업팀) 내부에 특화된 경쟁력이 쌓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AP 시장점유율. /자료=SA
삼성전자 AP 시장점유율. /자료=SA

따라서 향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설계 프로젝트 수주보다는 엑시노스 등 자체 브랜드 칩 설계에 집중할 전망이다. 최근 엑시노스 AP는 ‘갤럭시S22’ 시리즈 내 탑재 비중이 크게 줄고, 성능⋅발열 이슈가 제기되는 등 설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AP 시장점유율은 3위 애플(26%)과 큰 격차로 4위(6.6%)에 그쳤다. 엑시노스의 경쟁력 하락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파운드리사업에까지 연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삼성전자가 외주 설계 프로젝트 수주 기능을 대폭 축소하기는 했지만, 일부 핵심 고객들 과제는 시스템LSI 내 다른 팀을 통해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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