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 위해 영입
커스텀SOC사업팀장 부임 후 반년 만에 마케팅팀장으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퀄컴에서 영입한 이태원 전무가 퇴사했다. 이 전무는 전형적인 ‘기술통’으로, 퀄컴 본사 엔지니어링부문 이사, 퀄컴코리아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9년 연말 삼성전자로 영입된 이후 시스템반도체 분야 보직들을 옮겨 다녔으나,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사진=삼성전자

이태원 전무, 7월부 퇴사

 

이태원 전무가 퇴사한 시점은 삼성전자가 7월 연중 인사를 통해 커스텀SoC사업팀 조직개편을 단행한 직후로 추정된다. 지난달 초 삼성전자는 박재홍 부사장을 커스텀SoC사업팀장으로 임명하면서 전임자인 이 전무를 커스텀SoC마케팅팀장으로 내려 앉혔다(KIPOST 2021년 7월 20일자 <삼성전자, 커스텀SoC사업팀 부사장 조직으로 확대> 참조).

커스텀SoC사업팀장은 삼성전자의 커스텀SoC 사업 전체, 구체적으로는 마케팅과 개발을 동시에 책임지는 자리다. 이태원 전무가 새로 맡게된 커스텀SoC마케팅팀장은 기술 개발은 빼고 마케팅만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태원 전무 입장에서 보면 조직 내 위상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그것도 이 전무가 사업팀장을 맡은 지 반년 만에 박재홍 부사장이 새 팀장으로 부임하면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됐다. 

이태원 삼성전자 부품플랫폼사업팀장(전무). /사진=퀄컴
이태원 삼성전자 부품플랫폼사업팀장(전무). /사진=퀄컴

이 전무는 삼성전자에 영입된 이래 인사이동 주기가 짧았다. 원래 2019년 연말 삼성으로 옮겨올 때 부여받은 역할은 부품플랫폼사업팀장이었다. 부품플랫폼사업팀은 DS부문 산하 독립조직이다. 삼성전자 내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키를 잡았다. 

이 전무는 부품플랫폼사업팀에서 차 반도체 사업을 이끌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직보하는 등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은 과거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시절부터 통틀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와 진행하려던 POC(기술검증)도 대부분 불발됐다.

커머디티(Commodity⋅범용품) 성격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반도체 사업은 고객사와 밀착해 장기간 연구 개발을 진행해야 성과가 나온다. 짧은 시간에 성과가 나기 어려운 구조며, 개별 상품의 매출 규모도 D램이나 낸드플래시에 비하면 크지 않다. 글로벌 차 반도체 산업이 다수의 팹리스들을 통해 분할 점유되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비즈니스 논리에 경도된 삼성전자는 태생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삼성전자가 이 전무를 퀄컴에서 영입했다는 것은 이 같은 난점을 넘어보려는 시도였다”며 “결국 임원 한명 바꾸는 것으로는 조직문화를 뛰어 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품플랫폼 사업팀을 해체했다. 이 전무는 아래 상무 2명과 함께 시스템LSI 산하 커스텀SoC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앞선 설명대로 박재홍 부사장이 이 자리로 옮기면서 이 전무는 커스텀SoC마케팅팀장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삼성전자 DS부문 협력사 관계자는 “퀄컴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 이 전무로서는 1년 만에 담당 조직이 해체되고, 또 반년만에 역할이 축소되면서 많은 혼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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