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업체는 신재료 공급 않는 게 관례
솔브레인, LG디스플레이에 ETL 공급

솔브레인홀딩스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활용 업체 씨엠디엘을 인수하자, 거래 관계상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씨엠디엘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재료 재활용 물량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회사인데, 동시에 솔브레인은 LG디스플레이의 ETL(전자수송층) 신재료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씨엠디엘 신임 대표를 맡은 이석종 사장은 부임 직전까지 솔브레인에서 LG디스플레이 향 재료 공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삼성⋅LG와 거래 관계 얽힌 솔브레인

 

통상 유기재료 재활용 협력사는 신재료 공급 비즈니스는 영위하지 않는 게 관례다. OLED 제조사가 증착 공정에서 이미 사용해 순도가 낮아진 유기재료를 받아다가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원재료 공급사 영업기밀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공정이 끝난 증착기 내부에는 유니버설디스플레이⋅덕산네오룩스⋅이데미츠코산 등 국내외 유기재료 브랜드 제품들이 들러 붙어 있다. 이를 긁어내 정제(Sublimation)하게 되면 재료 조성이나 특성, 스펙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게 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패널 업체도 재활용 일감을 외주줄 때, 신규 재료 사업이 없는 회사를 선별해 협력사를 지정한다.

솔브레인홀딩스의 씨엠디엘 인수가 디스플레이 업계서 쟁점이 된 건, 이 같은 관례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솔브레인홀딩스 계열사인 솔브레인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OLED 재료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에 ETL 소재를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다(KIPOST 2022년 1월 13일자 <솔브레인, LG디스플레이에 TV OLED용 ETL 공급> 참조).

이를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 대입하면, 산하의 최대 유기재료 재활용 협력사(씨엠디엘)가 LG디스플레이 신재료 공급사와 한 그룹에 묶이게 된 것이다. 

재활용 업체가 신재료 사업을 겸업하는 것도 엄격하게 금하는데, 심지어 경쟁사까지 관계가 얽히게 된 셈이다. 또 이석종 씨엠디엘 신임 대표는 이전까지 솔브레인에서 LG디스플레이 향 재료 공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진=솔브레인
/사진=솔브레인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솔브레인홀딩스가 씨엠디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논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씨엠디엘과 솔브레인측에 불편함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솔브레인이 향후 계속해서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당장 씨엠디엘과의 관계를 정리하지는 못하겠지만, 솔브레인이 LG디스플레이에 신재료를 공급하는 이상 거래 관계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씨엠디엘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OLED 재료 재활용 사업 뿐만 아니라 방착판 세정 일감까지 대행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착판은 증착설비 내부 벽을 보호하기 위한 가림막이다. 방착판에 붙은 유기재료를 세정하는 작업은 유기재료 재활용 사업의 첫 단계다. 앞으로는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팹 사정까지 소상하게 파악하게 되는 비즈니스를 새로이 추진하기는 어렵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현재 솔브레인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ETL은 이데미츠코산의 이원화 재료라 양도 많지 않고 마진도 거의 없다”며 “차라리 솔브레인의 신재료 공급 사업을 포기하고 씨엠디엘에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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